내년 시즌을 준비하기에 앞서, 가장 큰 변화가 생긴 부분은 늘어난 비활동기간에 따른 늦어진 스프링캠프 출발이다.
그동안 스프링캠프는 1월 15일 전후로 시작됐다. 12월과 1월, 두 달의 비활동기간을 엄수하려는 프로야구선수협의회와 조금 더 빨리 팀 훈련을 소집하고픈 구단의 욕심이 상충했지만, 상호 양해를 하면서 1월 중순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구단들은 2월 훈련 소집에 전향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고, 내년 스프링캠프는 모든 구단이 2월 1일부터 시작한다. 비활동기간이 제대로 지켜지기 시작한 것.
보름의 차이지만 연차에 따라 선수들의 생각도 조금씩 다르다. 11월 마무리캠프가 끝난 뒤 각자 개인 훈련을 통해 페이스를 조절하며 스프링캠프를 대비했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노하우를 갖고 정규시즌에 맞춰 몸을 만든다. 1월 중순의 스프링캠프부터 서서히 몸을 만들면서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베테랑 선수들의 경우 늦은 스프링캠프 출발이 반갑다. 실제로 몇몇 구단에서는 늦은 스프링캠프 출발로 베테랑 선수들을 캠프에 합류시키지 않고 정규시즌에 맞춰 몸을 만들도록 하는 생각도 갖고 있다.
반면, 생존이 걸린 젊은 선수들의 경우엔 일찌감치 팀 훈련에 합류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코칭스태프에 눈도장을 하루빨리 찍는 것을 원하기에 빠른 스프링캠프 출발이 더 반가울 수 있다. 개인 훈련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는 쉽지 않은 두 달의 비활동기간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현재는 생소하고, 어떤 방식으로 두 달의 비활동기간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NC 박민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보니까, 갔다와서 보면 '이런 점이 힘들었구나', '바꿔야 겠구나' 알 것 같다"면서 "2월에 시작하다 보니, 1월 중순에 갔을 때보다는 훈련의 과정이 빨라질 것이다. 처음부터 훈련의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실전 경기를 치를 시기도 빨라질 것이니까 경기를 치를 몸을 만들어서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 손아섭은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개인 훈련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괜찮은데, 애로사항이 있는 선수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늘어난 비활동기간만큼 선수들의 재량권과 책임감도 덩달아 늘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개인훈련 기간이 늘어났기에 스프링캠프에서의 팀 훈련은 컨디션을 점차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팀 플레이 훈련과 실전에 준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바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로 따라갈 수 있는 몸 컨디션을 미리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고연봉 선수들은 자비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몸을 만드는 등 여유가 있는 편. 반면 저연봉의 선수들은 야구장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비용도 부담이 없다. 그러나 올해 선수협은 "12월에는 야구장 출입을 금하고, 1월부터는 출입이 가능하다. 1월에도 구단 트레이너나 코치들은 접촉하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저연봉 저연차 선수들이 구장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졌다.
다만, 선수협은 전국의 재활센터 12개, 스포츠센터 20개와 협약을 맺어 선수들에 지급된 복지카드를 통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저연봉 선수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과연 늘어난 비활동기간은 올해 스프링캠프 출발에 앞서 어떤 변수를 가져올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