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우리가 봉" 신분증 스캐너 도입 볼멘소리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12.03 07: 48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1일부터 전국의 모든 이동통신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휴대폰 개통 작업시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고 신분증 위변조를 통한 명의 도용 및 대포폰 생성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시행 이틀째를 맞아 무엇이 문제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동통신사 공식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개인정보 보호 등 취지는 좋지만 판매점에는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예를 들어 매장 방문이 불가능한 지인에게 휴대폰을 판다고 가정해보자. 가입자들은 기존 휴대폰 카메라로 신분증 사진을 찍어 모바일 메신저로 보내거나 신분증 사본을 팩스를 통해 매장으로 보내면 개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본인이 직접 신분증을 들고 매장에 방문하지 않으면 휴대폰을 개통할 수 없다.
기자는 모 이동통신사의 신분증 스캐너 관련 Q&A를 입수했다. 이 가운데 'Q : 지인 판매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 가까운 매장을 안내해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해 개통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랍니다'라고 돼 있다. 이에 A씨는 "요즘 널린 게 휴대폰 판매점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금세 발길을 돌린다"면서 "지인들이 팔아주려고 해도 신분증 스캐너 때문에 팔아주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휴대폰 판매점에 근무하는 B씨는 신분증 스캐너의 오류가 잦아 불편함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대부분 신분증을 지갑에 보관하는데 휘어진 경우가 많다. 휘어진 신분증을 스캐너에 삽입하면 위변조 의심 경고 메시지가 뜬다"고 말했다. 또한 "장기간 사용해 신분증이 일부 훼손될 경우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고객들이 불편한 기색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휴대폰 대리점 및 매장은 의무적으로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해야 하지만 온라인 판매 또는 방문 판매의 경우 그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위변조된 신분증으로 의심되더라도 대리점 또는 매장의 승인만 있으면 개통이 가능해 명의 도용의 책임을 대리점 및 판매점에만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직원 C씨는 "늘 그렇듯 우리가 봉"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동통신유통협회는 1일 서울행정법원에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를 상대로 '신분증 스캐너'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제도 시행은 상호 협력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하나 신분증 스캐너 도입은 관행적으로 강제하고 있다는 게 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의 설명이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해 항의 서한을 전달한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오는 5일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신분증 스캐너 제조업체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를 하기로 했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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