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2017년 펼칠 '8'의 전쟁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갤럭시 S8 시리즈를, 애플은 아이폰8을 각각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갤S8와 아이폰8은 나란히 기존과 다른 새로운 디자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갤S8과 아이폰8 모두 올글래스에 홈버튼이 사라진 베젤리스 디스플레이가 채택될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양사의 전쟁은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승리할 수 있는 사투가 아니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삼성전자의 다양한 부품이 아이폰8의 핵심으로 탑재될 것이기 때문이다.
▲ 비장함
갤럭시 S8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는 2017년을 비장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기대 속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7이 폭발에 이은 2번의 리콜로 끝내 단종되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실적 손실로 스마트폰을 담당하고 있는 IM 부문 실적은 생채기가 깊게 났다. 3분기 매출이 22조 54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26조 6100억 원)보다 15.3%, 앞선 2분기(26조 5600억 원)보다 15%가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2조 4000억 원, 2분기 4조 3200억 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아직 노트7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먹거리 부족 사태에 직면해 있다. 폭발 원인 규명도 해야 한다. 노트7 사용자들의 기기 교환·환불 문제도 남아 있다. 결국 S8에 땅에 떨어진 삼성전자의 기업 이미지와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S8로 신뢰를 찾지 못한다면 삼성전자의 타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기대감
애플 역시 아이폰8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아이폰은 애플 전체 매출의 57%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지금까지 잘해 온 만큼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지만 만에 하나 실수를 하면 엄청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
올해 출시한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도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듀얼렌즈, 방수·방진 등의 기능 추가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는 수요가 많지 않다. 아이폰7 플러스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아이폰 구매자들이 대부분 내년 출시될 아이폰8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글래스, 베젤리스, 무선충전 등 디자인과 기능이 한꺼번에 바뀔 수 있는 아이폰8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 소비자들이 아이폰7에 대한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외신들은 애플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이하는 내년 전혀 새로운 아이폰이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의 기대도 긍정적이다. 애플 전문 KGI 애널리스트 궈밍치는 "전례가 없는 수요"가 있을 수 있다면서 약 1억 1300만대가 팔려 역대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아이폰6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 승자독식은 없다
갤S8과 아이폰8은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폰8 출시를 의식해 시장을 선점하려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곡면 디스플레이 S8 엣지의 생산율이 따라 주지 못해 출시가 1~2달 늦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갤S8의 4월 출시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아이폰8은 9월로 예상된다.
양사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승부를 펼칠 것이다. 그런데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8에는 상당히 많은 삼성전자 부품이 들어갈 예정이다. 10나노급 모바일 D램, V낸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삼성 제품이 대거 거론 된다. 실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날로 번창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로서는 갤S8이 많이 팔리면 당연히 좋을 것이다. 반대로 아이폰8이 잘팔려도 부품 때문에 나쁘지 않다"면서 "노트7이 실패했지만 아이폰7 시리즈가 선방하면서 오히려 삼성전자 실적에 도움을 줄 것이다. 아이폰이 잘팔리면 갤럭시 시리즈의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은 괜찮은 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어느 한 쪽이 승리하고서도 가슴 아프게 울 수 있고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한편으로는 배시시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17년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묘하게 벌일 신제품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기다려진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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