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은 것은 미차 가스파리니와 김학민이라는 든든한 날개들의 투맨쇼 덕이었다. 대한항공이 패배 위기에서 살아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대한항공은 2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남은 세트를 모두 따내며 세트스코어 3-2의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2점을 건져낸 대한항공(승점 25점)은 2위 현대캐피탈(승점 22점)과의 승점차를 3점으로 벌리며 2라운드를 마감했다.
타이스의 맹활약을 막지 못한 대한항공은 1·2세트 모두 세트 막판 무너지며 패배 직전에 몰렸다. 타이스의 몸놀림이 가벼웠고 박철우까지 가세해 전반적으로 공격 성공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3세트부터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1·2세트에서 분투하던 가스파리니의 힘이 떨어지지 않았고, 여기에 김학민까지 쾌조의 몸놀림을 선보이며 삼성화재의 블로킹 벽을 뚫어내기 시작했다.
3세트에서는 김학민이 빛났다. 레프트와 중앙 후위를 가리지 않으며 맹활약했고 서브 에이스 2개까지 꽂아 넣으며 총 8점을 올렸다. 3세트에서 잠시 쉬어갔던 가스파리니는 4세트 들어 다시 날아올랐다. 가스파리니는 4세트에서 7점을 기록했다. 김학민은 적어도 4세트에서는 무적이었다. 7번의 공격 시도를 모두 성공시키며 펄펄 날았다. 8점을 올리며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5세트에서도 두 선수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이날 가스파리니의 성적은 30점(공격 성공률 58.53%), 김학민은 30점(69.44%)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트리플크라운에 이가 하나씩 빠졌다. 후위 공격은 무난하게 채운 가운데 가스파리니는 블로킹 4개, 서브 2개를 기록했다. 반면 김학민은 서브가 3개였던 반면 블로킹이 하나 모자란 2개였다.
V-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 복수의 트리플크라운이 나온 적은 두 번 있었다. 2012-2013시즌이었던 2013년 2월 27일 가스파리니(현대캐피탈)와 김학민(대한항공), 그리고 3월 17일 가스파리니(현대캐피탈)와 마틴(대한항공)이었다. 그런데 한 팀에서 두 명이 트리플크라운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날 가스파리니와 김학민이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놓쳤다. 다만 팀 승리로 만족할 수 있는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