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27, 전북)이 우승과 결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김보경은 오는 4일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미모의 재원 김혜란(26) 양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지난 27일 알 아인을 꺾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우승을 차지한 김보경은 경사가 겹쳤다.
1일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보경의 표정은 밝았다. 구단 관계자는 “김보경이 전북이 우승할 줄 모르고 결혼식을 이 때 잡았다”며 핀잔을 줬다. 김보경은 “결혼식을 하고 클럽월드컵에 나가려고 이 때 잡은 것”이라며 멋쩍어했다. 염원하던 우승만큼 최고의 결혼선물은 없는 모양이었다.
김보경은 “만약에 우승을 못했다면 결혼식에서 웃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큰 선물을 받았다. 카디프 시티 시절 챔피언십 우승경험은 있다. 그 때는 승격에 의미가 컸다. 하지만 제대로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이래서 우승은 좋은 거구나!’ 느꼈다. 전북에 와서 우승컵을 들고 싶었던 대회가 바로 ACL이었다”며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2012년 카디프 시티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킬 때만 하더라도 김보경의 미래는 밝았다. ‘제2의 박지성’으로 불리며 유럽리그생활도 탄탄대로였다. 그런데 김보경을 아끼던 말키 맥케이 감독이 팀을 떠나면서 김보경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김보경은 위건, J리그 등 소속팀을 자주 옮겼다. 소속팀의 부진으로 국가대표팀서도 자리를 자주 비웠다.
전북 유턴은 김보경의 축구인생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그는 “유럽에서 돌아오며 팀을 정할 때 ACL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가려고 했다. 일본에서 몇 팀의 제의가 있었고, 한국에서도 있었다. 최강희 감독님과 만나서 비전을 들어보니 내가 원하는 팀이 전북이라고 생각했다. 전북에서 하면서 좋았던 경기도 있고, 나빴던 경기도 있다. 감독님께 죄송한 부분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우승을 했다. 감독님과 포옹할 때 웃으시는 걸 처음 봤다. 감독님이 믿어주신 결과에 보답해 기쁘다”며 최강희 감독에게 감사했다.
2016년은 김보경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시기다. 결혼도 그 중 하나다. ACL 우승으로 전북은 클럽월드컵에 진출했다. 당장 오는 11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클럽 아메리카(멕시코)와 1차전을 치른다. 결혼준비를 신부에게 모두 미뤄 미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였다. 그래도 바쁜 시간을 쪼개 프로포즈는 제대로 했다.
김보경은 “해외리그는 팀 스케줄이 한 달 단위로 다 나온다. 전북은 그런게 없어서 힘들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니 결혼계획을 짜려고 해도 일단 경기가 끝나야 한다. 결혼식은 다가오는데 프로포즈를 하려면 날짜가 안 나왔다. ACL 결승전도 있었다.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서울에 야경 좋은 건물을 찾아봤다. 어제 33층에서 야경을 바라보며 프로포즈를 했다. 신부가 내심 속으로 (프로포즈를) 기대했을 것이다. 정말 좋아하더라. 장미꽃 100송이랑 반지를 주면서, 편집한 영상도 보여줬다”며 수줍게 웃었다.
클럽월드컵 출전으로 신혼여행도 잠시 미룬 김보경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꿈의 대결을 펼친 뒤 홀가분하게 떠나겠다는 생각이다. 김보경은 “선수들끼리 ‘첫 경기를 이겨서 레알과 경기할 때까지는 가자’고 이야기를 한다. 레알과 언제 경기를 해보겠나. (김)신욱이 형과 이야기를 했는데 첫 경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를 얼마만큼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세기의 대결을 고대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