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 "슬픈 남자 이미지? 저 사실 밝은 남자랍니다"[인터뷰①]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6.12.02 07: 15

배우 김남길이 달라진 건 아마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때 부터였을거다. 그전까지 '김남길'하면 어딘가 사연 있는, 슬픈 남자의 이미지가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해적' 전 작품들을 살펴보면 김남길의 인생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비담, 드라마 '상어'에서의 한이수, 영화 '폭풍전야'의 수인 등 김남길은 줄곧 '사연 있는 남자'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그랬던 그가 '해적'에선 코미디에 도전했다. 
물론 '해적' 이후 영화 '무뢰한'도 하면서 완전히 그가 다른 필모그래피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할 순 없지만 '해적' 이후 새로운 길도 걷기 시작했다는 건 확실하다. 김남길이 조금 밝아졌다. 

'판도라' 역시 마찬가지다. 재난 영화이기 때문에 재난 속 고난을 헤쳐가는 역시 '사연 있는 남자'이긴 하지만 극 초반 등장하는 김남길은 영락없는 '철없는 막내아들'이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어머니한테 구박받는 김남길의 모습이 상상이나 가는가. 그럼에도 어색하지 않은 건,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간의 이미지 때문에 관객들이 어색하게 받아들일까 걱정하는 그였지만 흥행에 대성공한 '해적'에서 어디 김남길이 어색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가. 배우는 연기로 말한다고, 연기가 뒷받침 된 김남길은 이제 자신의 스펙트럼을 제대로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은 김남길과의 일문일답.
- 덩치 큰 영화를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 멀티캐스팅 영화를 보면 영화를 끌고 갈 수 있는 배우분들이 모여서 하나의 영화를 만드시지 않나. 우리도 그런 영화다. 나 혼자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 피난민과 청와대, 원전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눠져 있다.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우리 영화는 주인공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데 많이 나오는 것처럼 보여'라고 하시더라. 소재에서 비롯된 드라마적인 줄기가 덜 부담스러웠고 큰 대작을 끌고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아직 실감이 잘 안난다. 그런 부담감은 덜했던 것 같다.
- 극 중 재혁과 실제로 닮은 부분이 있나.
▲ 나와 닮아있다(웃음). 투덜거리는 것도 좋아하고 스태프분들이 나한테 '누나 많지?'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데 저 장남이다. 하하. 다들 나한테 원래 너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장남으로 안 보인다고 하셔서 재혁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 투덜거리는 거 좋아하고 앞에서는 뭐 해달라고 하면 "싫어, 안 해' 이러다가 뒤에서 해주는 '츤데레' 같은 느낌도 닮았다. 하하."
-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하지만 기존 할리우드 영웅과는 또 다르더라.
▲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영웅이 되는 걸로 나오다보니 결과적으로 영웅스러운 느낌이지만 할리우드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여지는 입장에선 소시민 영웅이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선 등 떠밀린 입장으로 연기를 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영웅'이다뿐이지 영웅으로 미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 개봉 시기가 계속 늦어졌는데. 어떤 심정이었나.
▲ 개봉을 기다리면서 조바심이 났다. 외압이든 아니든 후반 작업이 길어지면서 개봉시기를 못 잡는거다. 그리고 경주에서 진짜 지진이 나면서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안전불감증이 심한 나라기는 하나 우리 영화가 공포심을 주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니까. 사실 지진에서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경주 지진 이후 심각성에 대해 개봉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공포심이 사그라든 다음에 개봉하는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다. 작품을 묵혀두면 모든 게 유행을 타듯, 유행했던 기법, 시대적 방향들이 식상해지거나 요즘 호흡이 빠르다 보니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을 했는데 어느 순간 부터는 마음을 편하게 먹었던 것 같다. '판도라' 말고도 다른 작품을 촬영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다보면 되겠지 싶었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 영화를 보고, 캐릭터를 보고 나면 여운이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배우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어릴땐 세거나 아픔이 있거나 나쁜 남자, 슬픈 사연을 가진 이미지를 부각시킨 게 확고한 이미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장첸과 양조위를 롤모델로 삼았다. 두 배우가 다 그런 쪽 이미지다. 우선 이미지를 구축하고 한쪽 이미지가 각인되면 위험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또 다른 모습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걸 이제 시작하게 된거다. 연기이긴 하지만 싱크로율 높은 게 '해적'때도 다들 나한테 '원래 너의 모습을 보여주면 되겠네' 하셨다. 하지만 관객분들은 어색하다고 할 수 있어서 '판도라'도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쌓이다보면 받아들이시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을까 싶다.
2편에 계속. / trio88@osen.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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