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수비 좋은 외야수를 뽑아달라고 했다".
지난 11월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만난 김기태 KIA 감독은 브렛 필의 재계약 여부에 관련해 말한 내용이었다. 그는 "필도 잘해주었고 놓아주기 아깝다. 그러나 내년 팀의 운용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KIA구단은 1일 김 감독이 말한 '빠르고 수비가 좋은 외야수'로 네덜란드 출신의 로저 버나디나(32)을 85만달러에 영입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548경기나 뛸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홈런타자보다는 외야 수비에 능하고 도루가 가능한 중거리형 타자로 보인다.
버나디나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이다. 일단 마무리 캠프에서 홈런타자로 키우기 위해 올인한 김주형을 1루수로 기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올해 이적해 5강행의 동력을 제공했던 서동욱도 함께 1루를 번갈아 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유격수 김선빈과 2루수 안치홍이 군에서 복귀한터라 두 선수의 활용도가 낮아질 수 있었다. 브렛 필이 1루에 있다면 두 선수를 딱히 기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다른 선수들의 부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김감독이 고심끝에 필을 재계약하지 않은 이유였다.
또 하나는 리드오프의 필요성이다. KIA는 1번 타자가 마땅치 않다. 김감독은 김선빈이나 안치홍은 완전한 톱타자형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리드오프가 가능한 외국인 타자를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내년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 김선빈과 함께 리드오프로 기용하면서 가능성을 살펴볼 전망이다.
버나디나의 수비는 중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김감독은 "만일 최형우를 영입한다면 좌익수를 맡기고 김주찬은 우익수로 기용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외국인은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하고 그가 중견수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수비가 좋은 외야수를 찾은 이유였다.
이런 점에서 버나디나의 영입은 김감독에게는 안성맞춤형 외인타자이다. 30홈런을 때리는 타자는 아니지만 포지션 운용의 효율성을 가져다주는 존재이다. 새 얼굴로 등장한 김호령과 노수광은 자리를 내줘야하는 아쉬운 상황이지만 팀에게는 운용할 카드가 많아지는 잇점도 있다. 버나디나가 이런저런 효과와 더불어 우등성적까지 거둘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sunny@osen.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