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빈(22·SK)의 프로필상 신체조건은 181㎝에 73㎏이다. 요새 추세에서 그렇게 큰 체구는 아니다. 그러나 뜯어보면 매서운 선수다. 왼손으로서 빠른 공을 던진다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그런 김정빈의 강점은 올해 들어 더 업그레이드됐다. 퓨처스팀(2군)에서 최현석 컨디셔닝코치의 집중 조련을 받으면서 구속이 더 올라갔다. 김정빈의 빠른 공 최고 구속은 원래 145㎞ 정도. 평균은 130㎞ 후반대에서 142㎞ 정도였는데 올해는 최고 148㎞를 던졌다. 평균 구속도 140㎞ 초·중반대까지 올라왔다. 보통 1군에 오면 제구 문제 때문에 구속이 조금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왼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래도 훌륭한 수치를 기대할 수 있다.
왼손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은 엄청난 매력이다. 김정빈은 고교 시절부터 그런 매력을 주목받은 선수였다. 스스로도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은 가지고 있다. 김정빈은 “남들처럼 덩치가 크지 않지만 속구 하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자신감은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 김정빈은 내년에는 1군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9일 끝난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리며 내년에 대한 희망을 봤다.
올해는 조금 아쉬웠다. 좋은 페이스를 선보이다 허리에 통증이 왔다. 결국 6월 들어 통증에 구위가 뚝 떨어졌고, 7월부터는 내내 재활군에 머물렀다. 팀 1군에서 왼손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승격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는데 부상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김정빈도 “너무 열심히 훈련을 한 탓에 탈이 난 것 같다. 시즌이 다 끝나고 나서야 회복됐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현재 허리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불펜 피칭도 무난히 소화했다.
최상덕 투수코치는 김정빈에 대해 “넥센에 있을 때부터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눈여겨봤다”고 설명했다. 속구 구위 자체는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2군 투수.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제구다. 김정빈은 “고등학교 때보다 제구가 오히려 나빠진 것 같다. 항상 제구가 숙제다”고 입술을 깨문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심리적인 부분과 연관이 있다는 게 김정빈의 솔직한 속내다.
김정빈은 “프로에 들어온 후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왔다 갔다 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멘탈의 문제가 심했던 것 같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포수 미트만 보고 던진다든지, 공이 높게 들어가면 투구폼을 생각하고 던져야 하는데 잡생각이 많았다. 타자랑 싸워야 하는데 나랑 싸워서 진 것이다”고 담담하게 자신의 투구 내용을 돌아봤다. 그래서 가고시마 캠프에서는 생각의 변화에 중점을 뒀다.
최상덕 코치가 용기를 줬다. 김정빈은 “코치님은 볼넷 주는 것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포수 미트를 보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포수 미트를 뚫겠다는 생각으로 던지라고 말씀하셨다. 용기가 생겼다”고 고마워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운동 일정도 괜찮았던 것 같다”고 캠프를 떠올린 김정빈은 “언제까지 2군에 머무를 수는 없다. 내년에는 1군에서 할 생각으로 뛰고 있다”며 다부진 각오를 드러냈다.
SK는 1군 왼손 불펜진이 약하다. 오른손 자원은 비교적 풍부한 것에 비해 왼손 자원이 마땅치 않다. 때문에 김정빈을 비롯한 왼손 투수들에게는 기회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김정빈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김정빈은 “구종 추가보다는 자신이 있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의 강점을 살리고, 부족한 커브와 슬라이더를 보완해야 한다. 2군에서 선발로 뛰며 많이 던져봤는데 아직은 부족하다. 로케이션 문제, 체인지업을 원하는 곳에 던지고 싶다”며 겨울 과제를 꼼꼼하게 짚었다. SK의 마운드에 강속구 투수 하나가 더 탄생할지 기대가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