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리 상처’ 치유해가는 KEB하나의 ‘돌풍’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2.01 06: 31

KEB하나은행이 ‘첼시 리 사건’의 상처를 치유해가고 있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30일 부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17 삼성생명 여자프로농구 2라운드서 아산 우리은행에게 59-71로 패했다. 4연승이 좌절된 KEB하나(3승 6패)는 5위를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개막 후 10연승을 질주했다. 
비록 패했지만 KEB하나의 투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이환우 감독은 “공격적인 수비를 펼치겠다”던 계획에 맞춰 우리은행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2쿼터 중반 KEB하나가 전면강압수비를 펼치자 노련한 우리은행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KEB하나는 전반전까지 35-33으로 리드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전 KEB하나는 임영희와 박혜진 두 노련한 베테랑을 막지 못해 무너졌다. KEB하나는 비록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돋보였다. 4연승은 좌절됐지만 KEB하나의 상승세는 끊어지지 않았다. 최강 우리은행을 상대로 이 정도면 선전했다는 긍정적 분위기였다. 
경기 후 이환우 KEB하나 감독대행은 “선수들은 준비한대로 잘해줬다. 3쿼터 어려운 상황에서 안정감 있는 경기운영을 못했다. 내 잘못이 크다. 박혜진과 임영희 수비는 잘했다. 3쿼터에 공격이 안 풀릴 때 내가 해줄 수 있는 부분을 놓쳤다”며 선수들을 치하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KEB하나를 유력한 꼴찌후보로 놓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김정은, 신지현, 김이슬 등 부상자가 워낙 많았다. 신분위조한 첼시 리 사건으로 KEB하나는 올 시즌 외국선수와 신인선수 드래프트서 최하순번을 받았다. 대형신인 박지수를 뽑을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첼시 리 사건의 파장을 생각하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환우 감독대행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KEB하나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뚜렷한 에이스는 없지만, 젊고 체력이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이환우 감독대행은 WNBA에서 뛰다 온 어천와를 영입하며 팀내 분위기를 미국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엄격한 선후배 문화 대신 팀내 막내라도 언제든 코트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 것.  
이 감독대행은 “어천와가 오고 WNBA 스타일을 도입했다. 데드볼만 되면 막내가 ‘모여!’라고 지시를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모여 단합을 할 수 있고, 작전시간 못지 않은 효과를 낸다. 선후배 문화보다는 일종의 경기 중 약속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고참부터 막내까지 의견을 수렴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사인을 받았다”고 했다. 전력강화를 위해 선후배문화보다 코트내 활발한 의사소통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것. 
이제 만 18세에 불과한 김지영이 팀내 핵심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개방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이 감독대행은 “우리 선수들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수비든 공격이든 상대와 몸을 부딪치며 몰아가는 상황을 만든다. 선수들이 여름 내내 고생하며 몸을 만들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 확인했을 것이다. 잠깐 실수하는 것 말고는 좋아지고 있다”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지난 시즌 KEB하나는 외국선수만 잘 뽑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첼시 리를 데려왔다. 결과적으로 KEB하나가 준우승을 했지만 기록은 삭제됐다. 올 시즌 KEB하나는 국내선수들을 잘 키우며 더 의미 있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부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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