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는 인색하지만 성적에는 민감하다. 얼어붙은 국내 축구계의 모순이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27일 새벽(한국시간) 아랍에미레이츠 알 아인에 위치한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2차전에서 홈팀 알 아인과 1-1로 비겼다. 전북은 최종 1승 1무로 10년 만에 우승을 탈환했다.
전북의 우승은 투자의 승리다. K리그 전체가 투자에 인색했지만, 전북만은 달랐다. 전북은 김신욱, 이종호, 한교원, 고무열, 김보경 등 K리그 라이벌 또는 해외리그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전북이 좋은 선수를 싹쓸이해 축구판을 재미없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었다.
전북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K리그는 물론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려면 ‘더블 스쿼드’에 준하는 두터운 선수층이 필수라는 판단이었다. 각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벤치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쉽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타고난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지휘했고, 결국 10년 만에 ACL 우승을 탈환했다. ‘바이에른 전북’으로 불릴 만큼 투자한 결과에 어울리는 성적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투자가 이뤄져야 우승이 가능하다. 앞으로 K리그 팀들의 ACL 우승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왔다. 다른 K리그 팀들도 전북만큼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투자에 인색해지는 K리그다. 조금만 성적이 떨어져도 금세 감독 경질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감독들이 원하는 전력보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수 선수들은 중동이나 중국 등 해외리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시아를 제패한 전북이 던진 메시지는 확실하다. 투자가 있어야 성적이 나온다. 투자 없이 좋은 성적만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전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