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어른 동화 '가려진 시간', 이렇게 묻히기엔 너무 아깝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1.29 16: 28

 영화 '가려진 시간'(감독 엄태화)의 부진이 아쉽다. 29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가려진 시간'은 개봉한 지 14일 동안 49만 5293명 밖에 동원하지 못했다. '검사외전'으로 개봉 3일 만에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돌파하던 배우 강동원의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좀처럼 믿기 어려운 수치다. 이에 강동원의 분량이 더 많았다면 좀 더 많은 여자 관객들이 찾았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신은수 이효제 등 아역 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가려진 시간'은 화려하진 않아도, 외로운 소녀와 소년의 사랑을 풋풋하고 아련하게 그려내 감성을 채운다. 어린 시절 겪었던 첫사랑의 기억을 꺼내보게 만들 정도로 따뜻하고 섬세하게 묘사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가슴 속에 아련한 여운이 남는다. 
이 영화는 화노도 초등학생 성민과 수린의 첫사랑을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답게 그려낸 판타지 드라마다. 어느 날 호기심 가득한 네 명의 아이들이 공사장 발파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산에 놀러갔다가, 의문의 사고를 겪어 수린만 유일하게 살아돌아온다. 성민을 포함한 세 아이들은 실종된 것이다. 

하지만 며칠 뒤 성민이 어른이 되어 나타나고, 수린에게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안긴다. 그는 멈춘 시간에 갇혀 8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이로 인해 어른이 됐다고 밝혔지만 그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은 수린 밖에 없다. 어른들은 성민을 아동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하고 쫓는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 텔링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 신선한 소재에 현실성을 더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가려진 시간'. 앞서 '잉투기'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던 성민의 이야기를 믿어주는 수린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에, 엄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이 더해져 단박에 마음을 정화시킨다. 이 영화가 높은 관객수를 동원하진 못했어도,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간첩, 무사, 사기꾼, 부사제까지 매 작품마다 도전을 꺼리지 않고 변신을 시도하는 강동원이 이번에도 소년과 같은 맑은 눈빛과 순수한 얼굴을 가진 초등학생으로서 순수한 매력을 드러냈다. 
하루아침에 어른이 된 성민의 미묘한 특징과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해내 관객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비록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았어도 말이다. 한층 깊어진 눈을 가진 강동원을 지켜보는 게 '가려진 시간'을 즐기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가려진 시간' 영화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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