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 타격코치 스캇 쿨바는 1998년 현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특급 외국인 타자였다. 쿨바가 좋은 선수란 것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은 많지만, 그가 트라이아웃에서 뽑힌 12명 중에서 가장 늦게 지명된 선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1997년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열린 KBO 사상 첫 외인선수 드래프트는 3년간 합산 성적의 역순으로 치러졌다. 쌍방울이 재정난으로 지명을 포기해 현대가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가졌고, 2라운드는 역순으로 가장 마지막에 지명했다. 맨 마지막 순번으로 뽑은 선수가 쿨바였다.
일본에서 2년을 뛴 경력이 있는 쿨바가 드래프트 후순위로 밀려난 건 불투명한 몸 상태 때문이었다. 부상 후유증으로 트라이아웃 당시에 몸이 크게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김재박 현대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결국 쿨바를 지명할 수 있었던 건 박종훈 코치의 "쿨바로 가시죠"라는 한마디 때문이었다.
박 코치가 쿨바를 추천한 데에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해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두 차례나 미국 장기 출장을 다니며 선수들을 물색한 박 코치는 휴식 없이 빡빡한 일정 속에서 마이너리그 경기들을 관람했고, 선수들과 관련된 정보들을 직접 수집했다. 그 당시 현대와 업무협약 관계였던 피츠버그로부터 쿨바가 좋은 선수란 추천을 받았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과 태도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기에 불어난 몸에 부정적 편견을 외면할 수 있었다. 쿨바 외에 남아있던 선수들이 별다른 경쟁력 없다는 점도 고려했고, 과감하게 쿨바로 밀어붙였다.
지금 한화 단장으로 새로운 외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는 박종훈 단장은 외인 스카우트 1세대였던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쿨바를 선택한 것은 모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돼 다행이었다. 외인 스카우트는 얼마나 준비하고 투자하느냐가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LG 감독 시절 기억도 되돌아봤다.
2011년 시즌을 앞두고 LG는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와 계약했다. 두 선수 모두 3년간 LG에서 활약하며 성공 사례가 됐지만, 박 단장은 비슷한 시기 두산과 계약한 니퍼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박 단장은 "니퍼트가 원래 같으면 나올 수 없는 선수였지만 뇌진탕 후유증으로 시장에 나와 있었다. LG도 니퍼트를 노렸지만, 처음에는 일본 쪽과 협상 중이라 쉽지 않았다. 그러다 해를 넘겼고, LG는 외인 계약을 끝냈다. 하지만 두산은 그때까지 계약이 안 돼 있었고, 일본과 협상이 틀어진 니퍼트를 데려갈 수 있었다. 준비를 잘해서 뽑는 것도 있지만 이처럼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쿨바와 니퍼트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좋은 외인 영입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적절한 타이밍이 맞물려야 하는 작업이다. 팀 성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외인 담당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책임감을 느낀다. 예상 못한 변수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고, 좋은 선수를 데려와도 현장에서 활용을 못하면 꽝이다.
올해 외인 3명 모두 대박을 터뜨린 두산도 한 때 니퍼트 외에는 외인 농사가 안 돼 수년간 고생했고, 5명의 외인이 모조리 실패한 삼성도 불과 2년 전에는 투타 최고 외인 릭 밴덴헐크, 야마이코 나바로를 보유하고 있었다. 스카우트 체계가 자리잡은 KBO리그는 10개 구단 모두 외인 영입 리스트가 대동소이하다. 여기서 얼마나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좋은 타이밍을 잡느냐가 관건. 준비에는 투자가 필요할 것이고, 타이밍에는 지속적인 관심과 네트워크가 중요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니퍼트-쿨바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