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번' 이병규는 떠나고, 남은 '7번' 이병규도 위기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11.29 06: 19

 LG의 이병규(42, 9번)는 은퇴를 선언했다. 또 한 명의 이병규(33, 7번)가 있다. 남은 이병규에게도 위기의 계절이다.
2010년 LG에는 두 명의 이병규가 뛰었다. 일본 주니치에서 '9번' 이병규가 복귀하면서 '7번' 이병규와 동시에 출장하는 일도 잦아졌다. 언론에선 큰 이병규와 작은 이병규로 구분하다가, '라뱅' 이병규, '작뱅' 이병규로 불렀다. 이후 김기태 당시 LG 감독이 '작뱅' 대신 '빅뱅'이라고 불러달라며 '빅뱅'으로 바뀌기도 했다.
'7번' 이병규는 한때 LG 4번타자로 중용받았으나 최근 2년간 부진을 거듭하며 입지가 많이 줄어들었다. 내년 시즌, 그에게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병규는 2014시즌 5월 양상문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면서 중심타선으로 신임을 받았다. 조쉬벨이 시즌 중간에 퇴출되고, 교체 용병 스나이더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4번타자로 주로 이병규가 출장했다. 이병규는 116경기에 출장해 450타석 360타수 110안타(0.306)로 3할 타율을 기록했다. 16홈런 87타점으로 팀내 홈런-타점 1위였다.
그러나 2015~16년 이병규는 급격히 하락했다. 2015시즌은 시범경기 후반 목 근육통으로 고생하더니 시즌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잔부상과 부진으로 70경기에 출장, 타율 0.243(230타수 56안타) 12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103경기로 출장 경기는 늘어났지만 타율 0.272(290타수 79안타) 7홈런 37타점에 그쳤다. 4월 한 달은 3할 타율에 4홈런으로 괜찮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성적이 하락했다.
한때 기대 받던 4번타자에서 평범한 백업 타자 성적으로 떨어졌다. LG 외야는 이제 말 그대로 전쟁터가 됐다. 양상문 감독의 무한 경쟁 체제에서 기회를 잡은 20대 중후반의 선수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고 있다.
시즌 막판 젊은 외야수들의 성장하면서 이병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엔트리에 들었으나,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대타로 나와 1타수 무안타가 전부였다.
정규 시즌에서 이병규는 채은성, 이천웅, 김용의, 안익훈, 임훈, 문선재, 이형종 등과 외야 자리를 경쟁했다. 올해 이병규는 좌익수로 517⅓이닝, 우익수로 102⅓이닝을 뛰었다. LG 좌익수로 이병규가 가장 많이 출장했지만, 후반기로 갈수록 이천웅(183⅓이닝), 이형종(161이닝), 문선재(98⅔) 등도 좌익수로 나섰다.
사실 이병규가 규정타석을 채운 것도 2014년이 유일했다. 당시 정교한 타격을 지닌 중장거리 타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나 몇 년간 꾸준한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격전지가 된 LG 외야에서 내년 시즌 주전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착실한 겨울 훈련으로 몸을 만들어 스프링캠프부터 치열한 내부 경쟁을 치러야 한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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