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위대하다] 촌철살인, 최순실 정국 최고의 '풍자'는?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28 15: 49

문화·체육을 융성한다는 목표로 출발한 K스포츠재단 및 미르 재단은 결과적으로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온갖 부정부패가 드러나며 박근혜 정권을 흔드는 뇌관이 됐다. 그러나 정작 문화 융성은 위대한 국민들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하는 모습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을 실감케 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민들의 분노는 26일 전국적으로 190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5차 촛불집회로 절정에 이르렀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평화적 시위가 이뤄지며 외신의 찬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은 물론 문화계는 유쾌한 풍자와 해학으로 정권의 아픈 곳을 날카롭게 찌르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받았던 풍자 및 해학의 ‘베스트’들을 돌이켜봤다.
▲광화문 뒤덮은 '하야송', 최고 히트송으로 등극

촛불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노래는 단연 ‘박근혜 하야송’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송은 단순한 멜로디 속에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멜로디 자체가 익숙하고 가사가 단순해 남녀노소 따라 부르기 편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광화문 광장을 뒤덮은 하야송은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고 있다.
하야송은 ‘하야’라는 단어가 반복되는 후렴구만으로도 충분히 중독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꼭두각시 노릇하며 나라망친 박근혜야”, “박근혜 구속! 순시리 구속!” 등 국민들의 현재 상황 인식과 엄중한 경고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는다. 그 외에도 이번 사태에 분노한 목소리를 담은 ‘이게 나라냐’ 등 새로운 노래들이 만들어지며 대중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26일 열린 제5차 촛불집회에는 가수 양희은이 직접 나서 ‘아침이슬’을 열창, 많은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가 블랙리스트? 문화계의 역공
최순실 게이트 이전부터 정부가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두고 탄압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 탓에 대기업 총수를 물러나게 했다는 루머 또한 끊이지 않는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에 분노한 문화계도 역공에 나섰다. 대중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유행어를 직접 방송 및 문화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며 풍자 시리즈의 절정을 이루고 있다.
정권 풍자의 선봉장 격인 개그 프로그램에서는 이번 사태를 둘러싼 풍자와 은근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tvN의 ‘SNL코리아8’, KBS2의 ‘개그콘서트’ 등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뽑힌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에게 비선실세의 실체가 알려진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김민교(SNL코리아), 이수지(개그콘서트) 등이 과거 사진과 특유의 선글래스 의상을 똑같이 재현하며 패러디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시청자들에게 큰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
정권 비판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KBS의 경우는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통해 매주 날을 세우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민상토론2’는 3주째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풍자개그를 매섭게 풀어가며 시청자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 외에도 SBS의 웃찾사 등도 이번 사태를 둘러싼 풍자 개그를 선보이는 등 문화계의 역공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대박친 '순실전', 문학도 패러디 봇물
문학을 소재로 한 풍자와 해학도 시민들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중 단연 압권은 ‘순실전’이다. 순실전은 허생전을 패러디 한 작품으로 공개 직후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문학 패러디의 지존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이 이야기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져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순실전은 평소 프라다와 곰탕을 좋아하나 말을 타는 딸 덕분에 입에 풀칠을 하고 살던 주인공 ‘순실’이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집밖으로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순실전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사전 노출 의혹,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차은택의 문화계 농단 의혹,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 사이의 의혹,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의혹 등을 폭넓게 다루면서 이번 사태를 단번에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길라임… 비아그라… 허탈함 넘은 분노의 풍자
허탈함을 분노로 승화시킨 풍자 및 해학도 빼놓을 수 없었다. ‘길라임’과 ‘비아그라’는 최고의 히트어가 됐다. ‘길라임’은 박근혜 대통령이 피부 관련 시술을 받을 당시 병원 측에서 가명으로 사용한 이름이다.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이 열연했던 그 배역이다. ‘비아그라’는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 목적으로 대량 구입한 것이 드러나 또 한 번 국민들의 허탈하게 했다. ‘비아그라’가 고산병 치료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효능은 검증된 것이 없고, 주로 발기부전 치료에 쓰인다는 점,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제를 따로 구입했다는 점에서 분노의 수치는 한꺼번에 치솟았다.
이에 길라임과 비아그라를 이용한 풍자와 해학은 끊이지 않고 있다. 누리꾼들은 드라마 ‘시크릿가든’과 길라임을 빗댄 패러디를 수없이 생산하고 있다.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차움을 다녔나?” “그게 최순입니까? 확siri해요?” 등 시크릿가든의 유행어를 이번 사태에 맡게 재구성하는 것은 물론, 합성 패러디들도 쏟아져 나왔다. 비아그라의 경우는 광장에서 폭발했다. ‘하야하그라’, ‘청와대 비우그라’,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 등 청와대의 해명을 제대로 꼬집은 풍자가 넘쳐났다.
▲자괴감 시리즈, 올해의 히트어 예감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두 차례 발표했다. 이 중 두 번째 담화 당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라며 괴로운 심정을 드러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에 ‘자괴감’이라는 단어는 2016년을 관통하는 최고의 히트어가 됐다. 날카로운 누리꾼들은 이 자괴감을 이용해 수많은 패러디를 선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패러디는 “내가 이러려고 무엇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로 쉽게 설명된다. 처한 상황에 맞게 고쳐 쓸 수 있다는 점,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누리꾼들의 신조어로 등극하는 등 파급력이 엄청났다. 특히 화제가 된 ‘시크릿가든’과 만나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다.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앞으로 모든 상황에 다시 등장할 수 있는 단어라는 점에서 그 위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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