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이라는 이름은 한국 음악계에서 가볍지 않다. 특히 영화 음악에서 그렇다. 이동준은 두 차례 청룡영화상 기술상, 대종상영화제 음악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음악과 관련된 상을 받았다.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인천상륙작전, 아이리스 시리즈 등이 이동준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다.
축구와 거리가 먼 곳에 있을 것만 같은 이동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시아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이동준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을 몇 차례는 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사용된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주제곡(anthem)을 이동준이 작곡했기 때문이다. 축구팬이기도 한 이동준은 자신의 공식 사이트에서 흘러나오는 첫 곡으로 AFC의 주제곡을 설정해놓기도 했다.
2015년 이전 AFC는 주최 대회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제곡을 틀었다. 그러나 2015 아시안컵을 기점으로 AFC의 주제곡을 만들게 됐다.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알 아인에서 만난 AFC 신만길 경기국장은 "AFC는 작은 대륙 연맹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체 주제곡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 작곡 계획을 세웠다. AFC 회원국의 작곡가들을 찾아서 샘플을 보고 최종적으로 이동준 작곡가께 제작 의뢰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준은 AFC의 제작 의뢰를 반겼다. 그는 "개인적으로 축구를 좋아해 제작 의뢰가 들어왔을 때 신이 났다. 동기부여가 컸던 프로젝트다"고 밝혔다. 당초 이동준은 지난 26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 열린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 앞서 이동준과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경기의 시작을 알리려 했다. 그러나 현지 사정상 협연이 무산됐다. 그러나 이동준은 알 아인에 나타났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직접 보기 위해서다.
AFC 주제곡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을 주고 있다.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작품의 음악을 만들기도 했던 이동준인 만큼 사뭇 다른 반응이다. 그는 "자부심이 아주 많이 크다. 영광스러운 일이고 기쁨이다. 음악가 이전에 축구팬으로서 축구를 너무 좋아해 자부심이 크다. 내 음악이 아시아 축구 전체에 힘이 된다는 사실에 기쁘다"고 말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큰 틀에서는 다른 음악과 제작 과정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축구와 AFC에 대한 특성을 이해해야 했다. 이동준은 "AFC의 주제곡이 행사와 경기장에서 어떻게 쓰일 것인지, 어떤 효과가 필요지 찾아야 했다. AFC 본부를 방문해 이야기도 나눴다. 샘플을 만들고 의견을 주고 받았다. 사무총장님께서 어떤 샘플은 AFC의 한 국가에서 죽음을 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셨다. 47개 회원국 전체가 공감할 수 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동준은 AFC의 주제곡을 모두가 만족할 수준으로 탄생시켰다. 그는 "축구에 대한 열정 등이 작곡할 수 있는 키 포인트가 됐다. 축구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처음에는 오케스트라와 락음악, 합창까지 고려했다. 주제곡이 이미 발표가 됐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버전의 경우 오케스트라가 더 강조될 수 있기도 하고, 락 혹은 합창이 될 수도 있다. 여전히 숙제이고 진행형이다"고 밝혔다.
이동준이 작곡한 AFC 주제곡은 AFC 창설 60주년을 기념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60주년 기념으로 제작하게 돼 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작곡가 입장에서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은 계속하고 있다"며 "그래서 AFC 주제곡은 더 특별하다. 아시아 전체를 상징하는 음악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내 영역이 확장된다면 작곡가로서도 기쁠 것이다"고 전했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