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진짜사나이’ 욕받이 예능, 그럼에도 의미 있었던 건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28 06: 50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가 3년 6개월간의 웃음과 감동의 나들이를 마무리했다. 완전한 이별이 아닌 새로운 시즌을 기약하며 떠나는 종영이다. 이 프로그램은 스타 등용문으로 불릴 만큼 숱한 스타들을 발굴했지만, 군대를 배경으로 하는 까닭에 논란도 많았다. 이 욕받이 예능프로그램이 안방극장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난 27일 종영한 ‘진짜사나이’는 스타들의 군생활을 담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이었다. 군대에 내던져진 스타들의 진솔한 매력, 돌발 상황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들이 고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인간 승리 정신, 진짜 군인으로 성장하는 감동도 있었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의미와 재미를 모두 챙기다보니 늘 큰 화제를 일으켰다. 109명의 출연자가 등판했다. 화려한 빛을 거두고 군인이 된 스타들의 반전 매력이 쏟아졌다. 샘 해밍턴, 헨리, 박형식, 장혁, 슬리피, 라미란, 혜리, 이시영, 솔비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가 되거나 그동안 몰랐던 매력을 발산했다.

2013년 4월 첫 방송된 후 ‘아빠 어디가’, ‘복면가왕’과 함께 ‘일밤’의 흥행을 이끌었다. 관찰 예능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이자, 주구장창 찍어 제작진이 재기발랄하게 구성하는 전지적 시점의 예능프로그램의 선봉이었다. 스타들을 섭외하고 체험하는 군대를 정하는 것까지가 제작진의 몫이었다. 군대에 들어간 순간부터는 제작진은 촬영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멤버들은 군인으로서 오롯이 군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았다. 이후 촬영본을 재밌고 감동적으로 구성하는 게 제작진의 역할이었다. ‘진짜사나이’ 특유의 웃기고 통통 튀는 자막과 편집이 큰 웃음을 안겼다.
이러다보니 군대를 미화한다는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올바른 병영 문화를 제시하는 그림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고, 웬만한 군대 홍보 영상보다 ‘진짜사나이’가 군대에 대한 인식을 달라지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다만 방영 내내 군 관련 사건과 사고가 터지거나 한참 시끄러웠던 선임들의 군대 가혹 행위 파문 때는 프로그램의 근간이 흔들렸다. 군인으로서의 성장을 다루는 게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이었는데, 군대 자체가 논란에 휩싸이면 미화 지적으로 번질 수밖에 없었다. MBC 내부의 의견과 관계 없이 잇따른 폐지론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구성상의 실수 혹은 출연자의 행동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적인 시끄러움도 많았다. 여군 특집 때는 조교에 대한 사담 논란이 있었고, 실수로 일본 군가를 삽입하거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되는 문제도 있었다. 그때마다 제작진은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히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지 않게 차단했다. 가뜩이나 군필자들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보니 제작상에서 좀 더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를 가지게 됐다. 외국인이나 여자 출연자의 부적응이 정도를 벗어나 불미스러운 일이 되기도 했지만, 이후 성장하는 모습을 차근차근 담으며 오해를 풀었다. 그야말로 높은 인기와 관심만큼이나 방송 내내 잊을 만 하면 시끄러운 잡음에 휩싸인 욕받이 예능이었다.
참 흥미롭고 참 감동이 가득했던 ‘진짜사나이’가 안방극장을 떠났다. 일단 MBC는 언제든 새로운 시즌으로, 재정비해서 돌아오겠다는 계획.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마지막까지 좋은 성적표를 받았기에 이대로 폐기하기에는 아까운 구성으로 보인다. 군 당국과의 협의 필요성, 섭외상의 난항, 오랜 방송으로 인한 재정비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잠시 휴지기를 갖는 것. ‘진짜사나이’ 후속으로는 몰래 카메라 구성인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다음 달 4일부터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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