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다운 여유였다. 두산이 FA 보상선수 지명 절차를 과감하게 끝냈다. 군 입대를 앞둔 포수 이흥련(27)을 지명했는데 삼성의 허를 찔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산은 27일 구단 공식발표를 통해 FA를 통해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의 보상선수로 이흥련을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이원석 영입 후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넘겼고, 두산은 고심 끝에 이흥련으로 보상 선수를 결정했다.
야탑고와 홍익대를 졸업한 이흥련은 2013년 삼성의 5라운드(전체 47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에 데뷔한 포수다. 공격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으며 삼성의 백업 포수로 활약했다. 2014년 88경기를 뛴 것을 시작으로, 올해는 85경기에서 타율 2할6푼, 6홈런, 25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1군 성적은 244경기에서 타율 2할4푼3리, 8홈런, 59타점이다.
그런데 이흥련은 올해 경찰청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두산은 2017년과 2018년 중반까지 이흥련을 활용할 수 없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도 이흥련을 20인 명단에서 푼 것으로 보인다. 지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겠지만 당장 2년을 활용할 수 없는 이흥련의 지명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계산이 있었을 수 있다. 여기에 두산이 양의지를 필두로 좋은 포수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법하다.
그러나 두산은 허를 찌른 것으로 보인다. 야수 자원이 풍부한 두산은 당초 좌완 불펜 등 마운드 전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이 이를 최대한 보호하는 명단을 들고 나오자 포지션보다는 현 시점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를 지명하자는 전략을 짰다는 후문이다. 삼성의 야수층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흥련을 지명하며 미래 포수진 전력을 보강하는 쪽을 선택했다.
군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흥련은 공격력을 갖춘 포수로 기대감이 있다. 여기에 두산은 양의지의 FA 취득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2018년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는다. 이 또한 대비된 지명으로 풀이된다.
군 입대를 앞둔 선수를 FA 보상선수로 지명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전례가 있다면 2013년 겨울, 이용규가 KIA에서 한화로 FA 이적할 당시 KIA는 군 입대를 앞둔 포수 한승택(22)을 지명했었다. 포수 포지션이 빈약했던 KIA는 미래를 내다보고 한승택을 지명했고, 한승택은 올해 1군 27경기, 2군에서 64경기에 뛰며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애매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단 당장의 전력 이탈은 없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도 있다. 어차피 군에 갈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팀에서 키우고 있는 포수들이 성장한다면 공백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 김민수 나원탁 등 팀에서 기대를 거는 포수들은 제법 된다.
다만 포수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 이흥련이 백업 포수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을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20인 보호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