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NC가 공통된 과제를 떠안았다. 4번타자와의 이별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이미 이별 통보를 받았고, NC도 이별이 머지않았다.
삼성은 지난 7년간 붙박이 4번타자로 활약한 최형우가 KIA로 FA 이적하며 타선에 큰 구멍이 났다. NC는 미국과 일본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고 있는 에릭 테임즈에게 형식상으로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지만 붙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팀은 과연 어떤 식으로 4번타자와 이별에 대처할까.
좋은 모델이 있다. 넥센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4번타자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1년 전 강정호에 이어 2년 연속 중심타자들이 유출됐다. 목동구장을 떠나 새로운 홈구장으로 고척스카이돔에 둥지를 튼 넥센은 팀컬러를 완전히 뜯어고쳤다. 거포 군단에서 탈피, 스피드 군단으로 탈바꿈했다.
2015년 팀 홈런 1위(203개)였던 넥센은 올해 박병호에 FA 이적한 유한준의 공백으로 홈런이 7위(134개)로 떨어졌다. 하지만 도루는 2015년 8위(100개)에서 일약 1위(154개)로 도약했다. 외야까지 펜스 거리가 긴 고척돔의 특성상 홈런이 나오기 어려웠고, 도루로 한 베이스 노리는 발야구를 했다. 고종욱·김하성(28개) 서건창(26개) 임병욱(17개) 박정음·유재신(16개)이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했고, 리그 최다 3루타(29개)와 2루타 3위(254개)에 오른 기동력으로 4번타자 공백을 최소화했다.
테임즈와 이별을 앞둔 NC는 내년 시즌 다시 적극적인 발야구로 돌아가려 한다. 박석민이 가세한 올해는 중심타선의 파괴력 극대화를 위해 자칫 아웃카운트 헌납의 위험성이 있는 도루를 의도적으로 자제한 부분이 있었다. 2015년 압도적인 팀 도루 1위(204개) 였던 NC는 올해 이 부문 6위(99개)로 평균에 조금 모자랐다.
내년에는 새 외국인 타자가 누가 오더라도 테임즈만한 화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에 발 맞춰 NC는 도루 타이밍을 잘 재기로 유명한 김평호 주루코치를 1루 베이스코치로 영입했다. 기존 전준호 코치와 함께 준족 선수들의 능력을 배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NC에는 박민우·나성범·김성욱·이종욱·김종호·김준완·이상호·이재율 등 단독 도루 능력 선수들이 즐비하다.
삼성은 홈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의 펜스를 조정할 계획이다. 최형우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투수진이 약한 삼성은 호메서 펜스까지 좌우중간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펜스 철조망을 높일 구상을 갖고 있다. 거포 최형우마저 떠난 상황에서 삼성이 지금의 구장 스타일을 고수할 이유가 없어졌다.
어떤 외국인 타자가 올지 알 수 없지만 펜스가 높아짐에 따라 팀컬러 변화가 예고된다.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한 박해민을 중심으로 구자욱·김상수·최재원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홈런보다 2~3루타를 늘려 타선의 연결 흐름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높다. 중장거리 타자 이원석을 FA로 영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박석민이 빠진 올해 삼성은 희생번트 1위(88개)로 벤치의 작전이 많아졌는데 내년에는 타선 구성상 벤치의 개입이 더 많아질 여지도 있다. /waw@osen.co.kr
[사진] 최형우-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