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계속 찾아왔다. 심판 매수 사건의 여파, 그리고 K리그 클래식 우승 실패 등 수 많은 일들이 전북 현대를 괴롭혔다. 후유증도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이 설정했던 최대 목표를 달성했다. 사령탑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전북을 가장 힘들게 만든 건 심판 매수 사건이다. 2013년 소속 스카우트가 심판 두 명에게 금품을 전달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 사실이 알려진 후 전북은 흔들렸다. 흔들리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게다가 전북은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 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결국 전북은 K리그 클래식 최종전에서 FC 서울에 패배하며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전북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시즌 내내 압도적인 1위를 달렸던 만큼 우승을 내준 후유증이 컸다. 게다가 A대표팀의 차출로 주축 선수 6명이 장시간 팀을 떠나는 바람에 충격에서 회복할 시간은 물론 전술 훈련을 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전북은 극복했다. 최강희 감독의 지휘 아래 다시 뭉친 전북은 완벽하게 충격에서 회복하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감독은 "심판 매수 사건 때문에 리그가 어려웠다. 내가 어려운 건 내가 극복하면 되지만 팬과 선수들이 너무 어려워 했다"며 "선수들이 아픔을 겪었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때문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선수들에 대한 동기부여를 다시 시켰다"고 설명했다.
결과도 만들었다.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전주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서 알 아인(UAE)을 2-1로 물리쳤다. 전세기까지 동원해 원정길에 오른 알 아인이지만, 조직적으로 뭉친 전북의 공격에 무너졌다. 전북은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반격에 나서 승부를 뒤집었다.
기세가 오른 전북을 알 아인을 막지 못했다. 1주일 뒤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에서 열린 2차전에서 알 아인은 거센 반격에 나섰지만 승전보를 전하지 못했다. 2만여명의 홈팬들이 알 아인을 응원했지만 경기는 1-1로 끝났다. 1·2차전 합계 1승 1무를 기록한 전북이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2차전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 전북의 모든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경기 중에 웃음을 보이지 않던 최강희 감독도 이 때만은 미소를 지었다. 그라운드에서 뛰던 선수들은 물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은 구분 없이 한 무리가 돼 10년 만에 되찾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최강희 감독은 두터운 스쿼드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의 자세가 승리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안한 선수가 많다. 이종호는 능력이 있고, 에두는 팀을 구하지 않고 6개월을 기다렸음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에두가 3주 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어도 못 나간 적이 있다. 그럼에도 에두는 힘든 표정을 안 지었다. 선수들이 불평과 불만이 없어서 밸런스를 유지하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