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는 문성민이다. 문성민이 주 공격수로서의 임무를 해줘야 한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10월 끝난 KOVO컵 프로배구대회가 끝난 이후 문성민을 시즌의 키 플레이어로 뽑았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다른 팀들과는 사뭇 다른 선택을 했다. 주 공격수감을 선택한 타 팀에 비해, 현대캐피탈은 ‘살림꾼’ 스타일인 톤 밴 랭크벨트를 선발했다. 리시브와 수비에서 장점을 가진 선수였지만 아무래도 큰 공격에서의 파괴력은 떨어진다는 진단이었다. 토종 주포인 문성민의 중요도가 부각되는 것은 당연했다.
정규시즌은 최 감독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주포는 라이트 포지션에 위치한 문성민이다. 톤은 수비와 리시브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다. 공격 성공률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 가장 믿고 맡길 만한 공격수는 역시 문성민이다. 올 시즌 공격 점유율이 팀 내에서 가장 높은 31.5%지만, 성공률은 54.4%로 좋다.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문성민이다. 그러나 프로에 와서 완벽한 주 공격수 몫을 해본 기억은 많지 않다. 외국인 선수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오레올과 주 공격을 양분했다. 올해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그런 문성민은 무난하게 자신의 임무를 헤쳐 나가고 있다. 11경기 43세트에서 195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 전체 7위, 국내 선수로는 전광인(한국전력, 206점)에 이어 2위다. 공격 성공률에도 전체 5위를 달리고 있다.
아직 시즌 중반이지만 54.4%의 공격 성공률은 2013-2014시즌(56.53%)에 이어 자신의 경력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늘어난 공격 부담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삼성화재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 문성민은 무려 77.78%의 공격 성공률로 팀의 완승을 이끌었다.
문성민은 올 시즌 부쩍 “힘을 빼고 친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강하면서도 빠르고, 높은 호쾌한 공격이 돋보였던 문성민이지만 이제는 경험이 쌓으며 조금씩 코트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성민이 올 시즌 상대 블로커를 이용한 공격, 상대 수비수 빈틈을 노리는 공격 시도 빈도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결혼을 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이 커졌고, 주장으로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등 한층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문성민은 앞으로도 현대캐피탈의 키 플레이어로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문성민의 공격 성공률에 따라 팀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5경기만 봐도 그렇다. 문성민은 OK저축은행(성공률 57.5%), KB손해보험(57.14%), 삼성화재(77.78%) 전에서 모두 35% 이상의 공격을 점유하면서도 맹활약했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모두 이겼다. 그러나 대한항공(40%), 한국전력(43.59%) 전에서는 50% 미만의 공격 성공률로 다소 부진했다. 공교롭게도 현대캐피탈은 모두 졌다.
현대캐피탈은 한 선수에게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공격 루트를 선보이고 있다. 토털배구에 가장 가깝다. 그러나 어쨌든 중요한 순간 오픈 공격을 시도해야 하는 주 공격수의 몫은 결코 가볍지 않다. 외국인 선수가 이 몫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성민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문성민이 토종 거포로서의 자존심을 살리며 팀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사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