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폭등 원인 계약금, 상한선 주장과 반대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26 06: 11

최형우(KIA)는 지난 24일 4년 총액 100억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최초로 FA 몸값 100억원 시대를 열었지만 최고 연봉 기록은 갈아치우지 못했다. 최형우는 4년간 연봉 15억원으로 김태균(한화·16억원)을 넘지 못했다. 그 대신 계약금만 무려 40억원을 받으며 1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FA 1호 계약을 한 김재호(두산)도 총액 50억원 중 20억원, 나지완(KIA)도 40억원 중 16억원이 계약금이었다. 이원석(삼성)은 27억원 중 15억원이 계약금으로 연봉 총액보다 많았다. 지난해 박석민(NC)은 총액 96억원 중 계약금만 56억원으로 역대 기록을 새로 썼다. 계약금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KBO리그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맥스 슈어저가 지난 2015년 1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FA 계약을 체결할 때 5000만 달러가 역대 최고 계약금이었지만 전체 2억1000만 달러 중 23.8%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 앞서 2014년 1월 클레이튼 커쇼가 LA 다저스와 7년 2억1500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체결할 때도 계약금은 1800만 달러로 8.4% 수준에 불과했다. 일본에서도 계약금이 40% 이상을 넘진 않는다.

FA 몸값 폭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계약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KBO리그 구단들은 상한선 제도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계약금에 상한선을 두지 않는다면 FA 거품을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FA 몸값 현실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고액 계약금을 줄이는 쪽으로 의견이 나오고 있다. FA 등급제 이전에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FA 계약시 계약금은 전년도 연봉 준 300% 이상을 넘지 않도록 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계약금을 줄이는 대신 연봉을 높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형우 이전까지 FA 최고 몸값을 기록한 박석민의 연봉이 정작 7억5000만원으로 리그 12위에 그친 것도 계약금이 만든 아이러니다.
하지만 선수협에선 계약금 상한제에 반대한다. 선수협 관계자는 "3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가면 연봉이 감액되는 조항이 있다. 실력을 떠나 팀 정책 때문에 1군에서 뛰지 못한 선수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선수들은 보장된 조건인 계약금에 비중을 둔다. 구단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연봉감액 조항을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선수협은 계약금 상한제에 앞서 감액조항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KBO는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맞춰 감액조항을 고수할 계획이다. FA 먹튀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게 KBO 의견이다. 비용을 줄이려는 구단과 권리를 확보하려는 선수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다.
KBO와 구단들 그리고 선수협은 내달 예정된 윈터미팅을 통해 FA 등급제부터 계약금 상한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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