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극복-뛰는 야구' 박민우, 더 당당해질 2017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1.26 05: 59

NC 다이노스 내야수 박민우(23)의 2016시즌은 트라우마와 악몽을 극복하고 좀 더 성숙하게 만든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12~14일 대구 삼성 3연전. 박민우의 올시즌 터닝포인트와 마찬가지인 시기였다. 박민우는 12일과 14일 경기에서 모두 송구 실책을 범했다. 모두 실점과 연결된 실책이었고 NC는 이 2경기를 모두 패했다. 그리고 박민우는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박민우가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 하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당시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때는 야구장 나가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벤치에 앉아서 야구를 봐도 야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아무 생각도 안났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박민우는 당시를 스스로 '멘붕의 시기'로 정의했다. 누가 상처를 치유해줄 수도 없다. 그 상황을 이겨내는 것은 온전히 박민우 그의 몫이었다. 그는 "퓨처스로 내려간 뒤 경기도 뛰지 않았고, 심리 상담도 받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실책 그 이후의 시기를 전했다.
2군에서도 단계적으로 복귀를 준비했고, 점차 안정과 여유를 찾아갔다는 박민우다.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시기의 콜업에 다소 놀랬다고. 박민우는 악몽의 3연전 이후 같은달 18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보름이 지나고 5월 1일 엔트리에 등록됐다. 박민우는 "며칠을 쉬고, 타격부터 한 뒤 괜찮아지면 수비도 다시 하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그런데 빠른 콜업에 당황했던 것 같다.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하며 콜업 당시의 순간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는 시련을 이겨냈다. 공수에서 점점 안정감을 찾았고, 원래의 박민우로 돌아왔다. 타율 3할4푼3리 3홈런 55타점 84득점 20도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감독님께서도 다시 믿어주시고 용기를 주셨다. 격려를 해주신 것이 동기부여가 됐다"면서 김경문 감독의 말 한마디가 힘이 됐다고 전했다. 
만약 박민우에 잠깐의 휴식기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퓨처스에 내려갔다 온 뒤로 '나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인정을 했다"면서 "만약 2군에 가지 않고 있었으면 예상이지만 더 심각해졌을 수도 있고, 더 깊은 부담감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외야수로 나갈 상황이 생겼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만약의 상황을 떠올렸다. 물론 박민우가 계속 1군에 뛰면서 극복했을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박민우에 보름의 시간은 약이 됐다.
힘든 시기를 이겨낸 박민우는 앞선 2년 포스트시즌에서 범한 수비 실책들을 잊게 만드는 호수비를 올해 가을야구에서 보여줬다. 박민우는 "시즌 말에 기술적으로 공을 던지는 팔 각도를 내렸더니 편해졌다. 편해지다 보니 나만 알고 있던 불안감이 줄어들고 줄어든 부담감이 자신감이 됐다"면서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플레이들을 하다보니 자신감이 생겼고, 나중에는 더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박민우에게서 '수비 트라우마'란 꼬리표를 떼어내게 만들었다.
수비에서는 트라우마를 지운 올해였다. 그리고 내년에는 박민우에 꼭 맞는 옷을 팀에서 입혀줄 전망이다. NC는 삼성에서 주루 코치로 명성을 날렸던 김평호 코치를 영입, 다시 '뛰는 야구'의 부활을 선언했다. 박민우의 역할도 자연스레 커지게 됐다. 올해는 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제하는 등 20도루에 그쳤지만 다시 박민우에게 '그린라이트'가 주어질 전망이다. 박민우는 "감독님께서도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나는 원래 뛰어야 하는 선수다"면서 "뛰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도루를 성공하고 난 뒤에는 뿌듯하기도 하고 더 재밌다. 뛰는 야구를 하면서 야구장에서 막 뛰어놀 수 있을 때가 나에겐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개인이나 팀 적으로, 올시즌이 아쉽다. 2014년부터 매년 박민우는 신인왕과 타율 3할이라는 개인적인 목표를 세웠고 모두 이뤄냈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 목표보다는 팀의 우승이라는 목표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2년은 모두 바라는 대로 이뤘지만 올해는 아니었다. 박민우에겐 뜻대로 되지 않은 올해의 경험이 자산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올해는 오로지 개인 욕심을 내지 않고 팀 우승을 목표로 했다. 그 우승을 문턱까지 갔다가 이루지 못해서 아쉽다"면서 "그동안 목표를 다 이뤘는데 올해는 못 했으니까, 올해의 경험을 통해서 내년에는 좀 더 악에 받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를 악물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박민우에게 성숙함이 찾아왔고, 독기가 생겼다. 그리고 '뛰는 야구'라는 날개까지 달게 됐다. 박민우가 2017년 더욱 당당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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