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취를 놓고 관심을 모은 두 베테랑의 선택은 ‘명예로운 은퇴’였다. 홍성흔(39)에 이어 이병규(42)도 공식 은퇴를 선언하며 팬들과 작별을 고했다. 선수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법하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마지막을 장식한 셈이 됐다.
이병규의 소속팀인 LG는 “시즌 종료 후 거취를 놓고 고심했던 이병규가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을 하루 앞둔 24일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25일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시즌을 앞두고 LG와 3년 FA 계약을 맺은 이병규는 계약 기간이 끝난 뒤 거취를 고심해왔다. LG의 전력에서 배제된 상황이기 때문에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면 사실상 타 구단 이적을 해야 하는 현실이었다. 다만 이병규는 평생 LG맨으로 남는 길을 선택했다.
이병규에 앞서 홍성흔 또한 지난 22일 두산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했다. 전신인 OB 시절부터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이름을 날린 홍성흔 또한 최근 줄어든 팀 내 입지에 고민했었다. 역시 FA 계약이 올해로 끝났고 팀 내 전력에서 배제된 채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홍성흔도 타 구단 이적을 알아보기보다는 친정팀에서 은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선수는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1997년 LG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이병규는 일본 진출 시기였던 2007년부터 2009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야구 인생을 모두 LG에 바쳤다. 통산 1741경기에서 타율 3할1푼1리, 161홈런, 972타점, 147도루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으로 이름을 날렸다.
홍성흔은 두산의 안방마님이었다. 1999년 OB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홍성흔은 롯데 유니폼을 입었던 4년(2009~2012)를 제외하면 역시 모두 두산에서 뛰며 통산 1957경기에 나갔다. 타율 3할1리, 208홈런, 1120타점을 남긴 채 현역 생활을 접는다.
두 선수는 친정팀에서 마지막 불꽃을 노렸다. 이병규는 일본 생활을 접고 2010년 LG에 돌아와 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다. 홍성흔도 롯데에서의 4년 외도를 마친 뒤 2013년 FA 계약으로 다시 두산에 컴백했다. 하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었다. 이병규는 2013년을 기점으로 기량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54경기에서 타율 2할1푼9리에 머물렀다. 홍성흔 또한 지난해 93경기 출전에 머물며 타율 2할6푼2리에 그쳤다.
결국 두 선수는 올해 양팀 사령탑의 전력 구상에서 배제된 채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이병규는 시즌 막판에야 딱 1경기 출전했을 뿐이고, 홍성흔도 부상 및 경쟁에서 탈락하며 17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사실상 두 선수 모두 전력 외였다.
보통 스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냉정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타 팀으로 옮겨 현역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이가 많은 두 선수를 받을 팀은 없었고, 두 선수 또한 현실을 인정하고 명예롭게 물러나는 길을 택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