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산이의 시국 '디스', 가요계에 번질까
OSEN 정준화 기자
발행 2016.11.25 12: 30

‘닉값’ 제대로 했다. ‘랩지니어스’라는 별명답게 이별 이야기를 쓴 가사에 요즘 시국을 떠올릴만한 요소들을 풍자적으로 담아내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직접적이지 않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어둔 표현법은 꽤나 세련 됐다. 래퍼 산이가 발매한 ‘나쁜 X(Bad Year)’의 이야기다.
이 곡은 최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비선(최순실)의 국정 논단 사태를 연상케 한 뒤, 이를 은유적으로 꼬집어 듣는 이들로 하여금 사이다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있다. 이 같은 뜨거운 반응은 차트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바. 해당 곡은 25일 오전 10시 기준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 1위, 2위를 달리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산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 버린 모양새. 실력이야 늘 인정받아왔지만, 그를 두고 상업적인 음악을 하는 '발라드 래퍼'라며 비아냥 거리던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번 노래를 통해 한 방 제대로 먹인 셈. 이 시국에 공인으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을 제대로 얻고 있다는 평이다.

특히 음악적으로도 훌륭해 더욱 좋은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헤어진 연인을 올 한 해를 '나쁜 년'으로 표현하는 언어유희에 현 시국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와 이야기들을 재치있게 섞어내면서 '디스'의 진면목을 보여줬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앞서 '디스' 문화는 각종 힙합 프로그램에서 원색적 비난과 욕설로 얼룩지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바. 산이가 직접적이지 않은 위트있는 표현들을 통해 진짜 힙합의 '디스' 문화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산이의 사례를 통해 가요계에 시국을 논하는 음악들이 등장할 것인가.
최근에는 힙합을 하는 래퍼들에게 일종의 ‘책임감’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비판의식과 저항정신이 전반에 깔려있는 장르적 특성과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스웨그’를 보여주고 있는 이들이 래퍼이기 때문. 또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르이기에 더 적극적으로 현 시국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음악팬들의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오히려 이 같은 시대정신이 ‘마케팅 전략’으로 매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 첫 포문을 연 산이는 그 용기와 재치에 호응을 얻고 있지만, 뒤 이어 다른 팀들이 비슷한 맥락의 음악을 들고 나온다면 자칫 그 의도를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joonaman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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