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X 타이거즈의 2016년은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2016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서 숙적 SK텔레콤에 패해 4강에 머문 걸 제외한다면 말이다. 롤챔스 우승에 2016시즌 마지막 대회인 KeSPA컵까지 2관왕에 오르면서 밝은 2017년 기상도를 예고했다. 집안 단속을 통해 '주력 선수들이 남는다'라는 단서조항이 붙었지만 말이다.
2016년 LOL e스포츠를 들썩이게 했던 사나운 호랑이들이 풀렸다. 원소속 협상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대명제 아래 ROX 타이거즈는 24일 저녁 팀 페이스북을 통해 정노철 감독, 김상수 코치, 강범현, 김종인, 이서행에게 접촉허가서를 제공해 다른 팀과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열었다.
2016시즌 ROX 타이거즈는 롤챔스 스프링시즌 준우승을 시작으로 롤챔스 서머 우승, 롤드컵 4강, KeSPA컵 우승까지 해내면서 SK텔레콤과 한국 LOL e스포츠를 양분했던 강호.
ROX 타이거즈는 "지난 2년간 함께 쉬지 않고 달려온 락스 타이거즈 가족과 늘 변함없는 애정으로 우리 선수단을 응원해주신 국내외 팬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를 전하면서 "KeSPA컵 우승 후 선수들, 코칭스태프 그리고 락스 타이거즈는 2017년 이후 계획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결과 락스 타이거즈는 2016년 너무나 큰 성과를 이룬 선수단이 보다 좋은 조건과 환경을 찾을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선수단과 계약 종료일이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선수단에게 최대한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정노철 감독, 김상수 코치, 강범현, 김종인, 이서행에게 접촉허가서를 제공하였습니다. 선수단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서서 협조할 것 입니다"라는 파격적인 공지를 올렸다.
이번 롤드컵 기간 해외 외신 사이에서 'ROX 타이거즈 해체설' 보도가 나왔지만 강하게 반박하면서 2017시즌 순항을 예고했기에 더욱 더 충격적인 공지였다. 24일 공지를 통해 ROX 타이거즈 선수들은 이적 시장의 중심으로 뛰어들게 됐다.
시장에 나온 선수들 면면을 살펴보면 특급 대열에 모자람이 없기에 빠르면 이달 안으로 선수들의 거취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수들 역시 5일간의 시간을 더 얻어 다양하게 거취를 고려할 수 있게 됐다.
롤 인벤을 포함한 LOL 커뮤니티도 들끓고 있다. 명단에 빠져있는 '스멥' 송경호, '피넛' 한왕호, '크라이' 해성민의 거취에 대한 추측들이 쉼없이 돌고 있을 정도로 ROX 타이거즈 선수들에 대한 관심은 지대한 상황이다.
우선 명단에 빠진 선수들에 대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송경호는 조모상으로 인해 2016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 수상에도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2016시즌 팀에 합류한 한왕호와 해성민은 계약기간이 12월 말까지로 남아있어 이번 접촉허가 대상자 명단에서 빠졌다.
ROX 타이거즈 관계자는 "송경호 선수는 조모상으로 이번 공지를 협의하지 못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왕호와 해성민 선수는 12월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역시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세명의 선수 거취에 대한 확인을 했다.
원소속기간 협상이 결렬됐냐는 질문 역시 확대 해석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정노철 감독은 "페이스북 공지 글 보신 그대로다. 선수단과 협상은 끊기지 않았다. 선수단의 더 많은 기회를 보기위해 허가서까지 쓴 거다.확대해석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면서 "일단 선수 모두를 재계약하는 쪽으로 회사도 선수들도 희망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상태라 보시면 된다"라고 현재 ROX 타이거즈의 협상 기류를 전했다.
ROX 타이거즈 선수들이 일찌감치 시장에 풀림에 따라 이적시장도 격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최대어는 '스멥' 송경호지만 협상 허가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 그러나 다른 선수들인 '쿠로' 이서행 '프레이' 김종인 '고릴라' 강범현까지 모두 매력적인 카드다.
이에 따라 '머니 게임'으로 표현되는 쩐의 전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 상승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시점에서 선수들 뿐만 코칭스태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신분이 됐다. 이미 밤 사이 움직이기 시작한 팀들도 있다.
들판에 풀린 호랑이들의 행선지가 어디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