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한화가 달라졌다. 지난 3년 FA 시장의 큰손으로 군림했을 뿐만 아니라 방출된 노장 선수들까지 끌어 모으던 그 한화가 아니다. FA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했고, 방출 선수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내부 육성으로 팀 기조를 바꾸며 '젊은 한화'로의 변신을 시작했다.
지난 2년간 한화 팬들이 포스트시즌 탈락이란 성적보다 크게 절망한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올해 투수 장민재, 타자 하주석·양성우가 새롭게 두각을 나타냈지만 전체 선수단은 점점 나이를 먹어갔다. 당장의 성적을 위해 FA 선수들을 싹쓸이한 결과, 유망주들이 하나둘씩 유출됐다.
한화가 이달 초 박종훈 신임단장을 선임한 것도 미래의 뿌리를 다지기 위함이다. 현장과 프런트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박종훈 단장은 두산 2군 감독 시절부터 육성에 일가견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았다. 최근 4년은 NC의 육성이사와 2군 본부장으로 활약하며 스카우트 및 육성 작업에 힘을 보탰다.
박 단장은 "팀마다 눈에 띄는 유망주들이 있기 마련인데 우리 한화는 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팀 사정이 있었겠지만 안타까운 점이었다. 김범수나 김용주처럼 1번 지명을 받고 온 선수들도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들이 실력이 떨어지거나 아마추어 때 못한 게 아니다"는 점을 짚었다.
김성근 감독은 "충청 지역에 좋은 선수가 별로 안 나온 게 가장 크다.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그것을 이어갈 선수층이 되어있지 않다"며 스카우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가 최하위에 그칠 때 하필 NC와 kt가 창단하는 바람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상위 지명권을 빼앗긴 불운도 작용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한화에선 잘 크지 못했다. 박종훈 단장의 역할도 노하우를 잘 살려 스카우트·육성 파트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단장은 육성의 토대가 되는 2군 코칭스태프부터 적잖은 폭으로 변화를 준다.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1군 현장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이다. 박 단장은 "사람들이 나에게 육성 전문가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의 역할이 엄청 컸다. 선수는 결국 감독이 키우는 것이다. 1군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수가 달라진다"고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단장은 김성근 감독과 계속 대화를 나누며 도울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더 늦어지면 한화의 암흑기는 훨씬 길어질지 모른다. 젊은 한화로의 혁신을 이끌 박 단장은 "우리도 앞으로 젊은 선수들이 많이 알려지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