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제도 도입 17년 만에 100억원의 벽이 깨졌다. 최형우가 KIA와 100억원에 계약, KBO리그 FA 대박 계약의 역사를 새로 쓴 것이다.
KBO리그의 FA 제도는 지난 1999년 말, 2000년 계약 선수를 대상으로 첫 도입됐다. 그해 최고 몸값은 나란히 삼성으로 이적한 투수 이강철, 포수 김동수의 3년 총액 8억원. 1999년 최고연봉 선수가 현대 투수 정명원의 1억5400만원이란 것을 감안하면 당시로선 파격적인 액수였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1년 FA 시장에서 두 배가 뛰어넘는 계약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삼성과 재계약한 김기태, 해태에서 LG로 이적한 홍현우가 4년 총액 18억원에 사인한 것이다. 첫 4년 장기계약, 20억원대에 가까운 총액으로 'FA 대박'이란 신조어가 언론 지상에 조금씩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삼성으로 돌아온 양준혁이 4년 총액 27억2000만원으로 FA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2년 뒤 2004년 FA 선수로 정수근이 6년 총액 40억6000만원으로 단숨에 30억원을 넘어 40억원의 벽까지 한 번에 뚫은 것이다. 6년 초장기계약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정수근의 기록도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한 FA 시장은 2005년 정점을 찍었다. 심정수가 삼성과 4년 총액 60억원이란 초대박 계약을 터뜨린 것이다. 당시 KBO리그 산업 가치를 고려하면 시대를 앞선 액수였지만, '큰 손' 삼성의 투자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정도로 대단했다.
심정수 기록이 깨지는 데에는 무려 9년이 걸렸다. 2014년 FA 시장에서 강민호가 롯데와 4년 총액 75억원에 재계약한 것이다. 2012년 넥센 이택근, 2013년 KIA 김주찬이 2년 연속 4년 총액 50억원의 대박을 터뜨리며 FA 시장 가격이 상승 중이었고, 강민호가 심정수를 넘어 75억원으로 기록을 다시 바꿨다.
이후 KBO리그는 매년 FA 최고액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2015년 FA 최정이 2014시즌을 마치고 SK와 4년 86억원으로 80억원대 시대를 처음 열었고, 2015시즌을 앞두고 KIA로 돌아온 윤석민이 4년 90억원으로 앞자리 단위를 또 바꿨다. 시즌 후 2016년 FA 시장에선 박석민이 NC와 4년 최대 96억원에 계약해 'FA 100억원 시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예상대로 2017년 FA 시장에서 KIA행을 결정한 최형우가 100억원 시대의 문을 연 최초의 주인공이 됐다. FA 제도가 시행된 뒤 17년 만에 최고 몸값이 8억원에서 100억원으로 12.5배가 뛰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김광현과 양현종이 국내에 잔류할 경우 최형우의 기록도 뒤로 밀려날 것이다. /waw@osen.co.kr
▲ KBO리그 역대 FA 최고액 추이
- 2000년 이강철(삼성) 김동수(삼성) : 3년 8억원
- 2001년 김기태(삼성) 홍현우(LG) : 4년 18억원
- 2002년 양준혁(삼성) : 4년 27억2000만원
- 2004년 정수근(롯데) : 6년 40억6000만원
- 2005년 심정수(삼성) : 4년 60억원
- 2014년 강민호(롯데) : 4년 75억원
- 2015년 최정(SK) : 4년 86억원
- 2015년 윤석민(KIA) : 4년 90억원
- 2016년 박석민(NC) : 4년 96억원
- 2017년 최형우(KIA) : 4년 100억원
[사진 위] 김동수-정수근-심정수-최형우. /삼성라이온즈 제공
[사진 아래] 최정-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