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포지션 주인 찾기, 새로운 경연장이 만들어졌다.
롯데는 한동안 좌익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매 시즌 주전 좌익수를 찾지 못해 경연이 펼쳐졌는데, 올해 김문호가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좌익수 문제는 일단락 됐다.
그런데 좌익수 문제를 해결하자, 바로 3루와 1루, 내야 핫코너들에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당장 3루수 문제가 시급해졌다. 주전 3루수로 활약했던 황재균이 FA 자격을 얻었고, 현재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지난해 황재균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을 꾀했는데 '무응찰'의 수모를 얻었지만, FA 자격을 얻은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2일(한국시간) 열린 쇼케이스에 황재균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약 20개 구단 스카우터들이 몰렸고 반응도 호의적이다. 황재균에 대한 기류가 미국 진출 쪽으로 급격히 쏠린 분위기다. 롯데로서는 황재균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종윤과 김상호가 버티는 1루수 문제도 여전하다. 박종윤 외에 별다른 경쟁자가 없던 1루는 올해 김상호가 어느정도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경쟁 구도가 갖춰졌다.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수비의 중요성도 높아진 새로운 핫코너가 1루다. 그러나 1루는 기본적으로 '거포들의 집합소'다. 김상호와 박종윤이 갖고 있는 경쟁력으로는 부족하다.
3루 자리의 황재균은 그동안 대체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활약을 펼쳤다. 황재균의 내구성으로 큰 부상 없이 자리를 지키면서 다른 선수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다. 3루를 지키는 황재균이 팀에 미친 영향력은 컸다.
김주찬(KIA)이 떠나고 김문호가 자리를 잡기 전 까지 마땅한 좌익수를 찾지 못한 채 고생한 시즌들을 돌이켜보면 황재균의 공백은 자칫 큰 구멍이자 난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황재균이 올해 5월, 발가락 미세 골절로 팀을 이탈한 시기, 롯데는 난감한 상황을 겪은 바 있다.
일단 3루의 유력한 대체자원으로는 오승택이 있다. 오승택의 방망이 재능을 살리고 포지션을 찾아줄 수 있다. 타격 잠재력, 그리고 스프링캠프 동안 혹독한 수비 펑고를 통해 올해 주전 유격수를 낙점 받았지만 시즌 초 부상으로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했다. 이제는 수비 부담이 덜 한 3루수로 포지션을 이동해 3루의 적임자인지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제 1대안이다.
또한 1루수 김상호도 3루수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상무에서 전역한 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도 김상호는 3루 훈련을 받았고, 본인 역시 3루 전향에 긍정적이었다. 올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도 김상호는 3루 수비 연습을 통해 전향을 시험하고 있다.
오승택과 김상호 모두 3루 수비에서는 물음표가 생기지만, 타격 쪽에서 만큼은 황재균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는 긍정적인 예상들이 모두 맞아떨어질 때다.
1루수의 경우, 바로 외국인 선수로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높다. 이미 내야 자원으로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는 롯데로서는 황재균이 떠났을 때 1루에 강타자를 데려온다면 공격력은 어느정도 상쇄가 가능하다. 그러나 1루의 마땅한 외국인 선수가 없고, 2루나 3루 쪽 내야 선수가 팀에 합류했을 시에는 결국 김상호 혹은 혹은 박종윤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다만, 최준석이 절치부심해 1루 수비 연습을 이번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하고 있기에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겨우 한 곳의 빈틈을 막으니, 이젠 새로운 곳에 빈틈이 생겼다. 롯데의 오프시즌 고민이 그리 가벼이 느껴지지 않는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