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김진 기자 “요즘 내가 이러려고 앵커됐나..자괴감 들어”[개국 5주년 인터뷰②]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11.27 11: 40

채널A 김진 기자는 기자로서, 그리고 앵커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사건을 취재하고 방송에서 보도하는 것이 일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러려고 앵커가 됐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는 게 그의 심경이다.
김진 기자는 채널A에서 ‘신문이야기 돌직구 쇼+’(이하 돌직구쇼)와 ‘먹거리 X파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특히나 요즘 같은 시국에 ‘돌직구쇼’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다. 김진 기자는 평일 아침마다 각 신문사에서 보도한 뉴스를 정리해 전달하고 있는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최순실, 박근혜 대통령 뉴스가 주를 이뤄 뉴스를 전하는 앵커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거기다 직접 현장에서 지금의 사건·사고를 온몸으로 부딪치고 있어 체감수준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김진 기자의 표현으로는 ‘비통한 상황’이다.

- 채널A 프로그램 중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 요즘에는 ‘돌직구쇼’인 것 같다. ‘돌직구쇼’가 4년이 방송됐는데 지난 4년간의 ‘돌직구쇼’보다 개국 5주년을 맞는 상황에서의 ‘돌직구쇼’가 남다른 느낌이다. 취재하다 보면 ‘나라가 힘든데 차마 이런 걸 국민에게 보도해야 하는 건가’, ‘내가 이러려고 앵커가 됐나’라는 자괴감이 매일 든다. 채널A 개국 이후 매일 ‘돌직구쇼’를 했는데 이런 자괴감이 든 적은 처음이다. 시청률을 떠나서 사안이 너무 커서 이런 말도 안 되는뉴스를 전하려고 앵커가 됐나라는 자괴감이 든다. ‘먹거리 X파일’ 할 때도 ‘돌직구쇼’ 생각뿐이다. 개국 4주년 때는 ‘먹거리 X파일’ 생각만 했는데 요즘에는 ‘돌직구쇼’밖에 생각이 안 난다.
‘돌직구쇼’가 아침을 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시청률이나 점유율 측면에서 아침 메인뉴스라고 해도 될 만큼의 포션을 가지고 있어서 어떻게 뉴스를 전해야 검찰을 움직일 수 있게 하고 반성하게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국민의 마음을 달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지난 채널A 만 4년을 돌아봤을 때 ‘돌직구쇼’가 가장 힘들고 고민거리인 것 같다.
- ‘돌직구쇼’에서 모든 신문사의 주요 뉴스들을 읽어주는데?
▲ 5시에 일어나서 준비한다. 조간신문이 배달되는 시간이다. 9개 조간신문이 그때 배달되는데 눈 뜨는 시간이 신문배달 시간이다. 9개 신문은 두 시간이면 다 살펴볼 수 있다. 신문을 보고 어떤 뉴스를 보고하고 있는지, 어떤 새로운 뉴스가 있는지, 그리고 어젯밤에 보도된 내용이 다음 날 뉴스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눈을 뜨면 시작되는 고민이다.
- 요즘 시국에서 보도국 분위기는 어떤지?
▲ 사회가 뒤숭숭해서 보도국도 그럴 수밖에 없고 취재하는 나도 이 사안이 이렇게 깊고 크리란 생각을 못 했다. 분주하고 어수선하고 비통해하고 있다. 요즘 내가 ‘돌직구쇼’에서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게 다른 언론에서는 집중하지 않고 있는 최경락 경위의 자살 사건이다. 나는 ‘엘리트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일이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고 접근하고 있다. ‘돌직구쇼’에서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요즘은 웃고는 있지만 웃을 수 없는 게 지금 시국이다. 중요한 건 국민이 상처를 받은 거다. 우리가 믿었던 정부부처 책임자들이 비선실세에 힘없이 휘둘린 게 화가 나면서도 슬픈 거다. 이럴 때일수록 매섭고 날카롭게 비판하고 더 꾸짖어야 하는 게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검찰도 수사를 제대로 안 하고 있는 상황에서 ‘돌직구쇼’ 같은 프로그램이 정론으로 더 꾸짖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채널A에서 꼭 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 심야토론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 심야토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게 사람들이 뉴스를 궁금해 하는 시점이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안 물러나겠다고 하는데 왜 저렇게 애쓰고 있는지, 이면에 속내가 있지 않은지 차마 뉴스로 전달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심야토론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전할 수 있다. 채널A 보도국의 역량이라면 끝장토론 같은 생방송 토론프로그램이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 김진 기자로서의 고민, 그리고 채널A의 고민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 당연한 얘기일 수 있는데, 채널A 장수프로그램 중 하나가 ‘돌직구쇼’다. 제목이나 포맷, 진행자 변화 없이 방송된 게 이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같은 뉴스라도 김진 기자가 얘기하면 신뢰가 간다’라는 격려 이메일이 오는데 감사하고 과분하다. 목표나 고민이 있다면 그런 신뢰감을 쌓고 싶고 얻고 싶다. ‘돌직구쇼’에서 쇼맨십이나 힘찬 이미지로 승부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이 귀 기울여 들을 수 있는 뉴스를 전하는 앵커가 되고 싶다. 청와대, 검찰도 감히 흔들 수 없는 앵커, 그리고 시청자와의 돈독한 신뢰감을 더 형성하고 싶다. /kangsj@osen.co.kr
[사진] 채널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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