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푸른바다' 깊이부터 다르다, 박지은 대사의 마법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11.24 17: 07

귀에 쏙쏙 박히는 대사들의 향연이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맛있는 대사들 덕분에 '푸른 바다의 전설'이 더욱 재미있어지고 있다. 세상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인어의 적응기가 기대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지난 23일 3회 방송을 마무리한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극본 박지은, 연출 진혁)은 멸종 위기에 놓인 인어(전지현 분)와 천재 사기꾼 허준재(이민호 분)의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루고 있는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로,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인어를 현실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인어가 헤엄치는 모습 등 아름다운 영상미를 자랑하고 있는 '푸른 바다의 전설'은 전지현과 이민호의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설렘이 가득한 연기가 더해져 시청자들의 사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역시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명대사 제조기 박지은 작가의 필력이다.

이미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등 집필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냈던 박 작가는 이번 '푸른 바다의 전설'을 통해 '사랑해', '기다려', '약속해' 등을 새롭게 정의내리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기고 있다.
인어는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허준재가 다시 돌아왔을 때 "'기다려'라는 말은 곧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 내가 파도처럼 잠시 멀리 가 있어도 내 친구가 곧 찾아올 거라는 말. 그러니 행여 주변에 상어처럼 무서운 누군가가 주변에 있어도 겁먹고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말. 나의 친구가 내가 아프지 않길 바라지 않는다는 말.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말.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말"이라고 했다.
이 '기다려'라는 짧은 대사 안에 인어가 허준재를 얼마나 큰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가 모두 담겨 있었던 것. 인간이 하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인어가 처음으로 배우게 된 '기다려'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사랑해' 역시 새롭게 정의가 됐다. 허준재는 인어에게 "사랑은 사실 좀 위험한 거야. 만약에 네가 누굴 사랑한다는 것은 항복이란 거야. 네가 진 거야. 다시 말해 네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그의 말을 다 믿게 되는 거지. 큰일 난다는 소리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인어는 아무렇지 않게 허준재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다. 인어에게 중요한 건 지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인어의 순수한 감정은 말과 최면으로 사람을 속이는 사기꾼 허준재의 마음까지 흔들어놨다.
이어 두 사람은 꼭 함께 서울에서 불꽃놀이를 보기로 약속을 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인어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헤엄을 쳐 서울까지 왔고, 그렇게 두 사람은 재회를 하게 됐다. 심청에게 있어 약속은 그 어떤 역경과 위기가 찾아와도 꼭 지켜야 하는 것이었던 것.
사소하게 내뱉고 지나갈 수 있는 말이나 당연하게 생각되는 행동들이 인어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이 지난 3회 방송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 펼쳐질 인어의 인간 세상 적응기를 더욱 기대케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또 허준재가 장난 삼아 붙여준 심청이라는 이름은 물론이고 앞으로 인어와 허준재를 통해 그려질 박 작가의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parkjy@osen.co.kr
[사진]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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