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재난같은 시국에 현실반영 영화..'판도라', 예고된 흥행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6.11.24 17: 00

 시국이 이미 재난급이다.
국민은 주말 문화생활 대신 광화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주말마다 광장은 촛불을 들고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국민으로 꽉꽉 차 있다. 대통령까지 연루됐다고 알려진 국정농단 사건이 집단 우울증을 불러오고 있다는 분석도 들리고 있다. 지난해 벌어진 세월호 사고, 올해 벌어진 경주 강진까지 재난이 닥친다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하다.
이는 사실 영화 속에서 예고돼왔다. 재난이 닥치고 국가가 난리가 나도, 국가기관과 정부부처는 주로 제 기능을 못하는 무능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그나마 그중 한 명은 인간적인 인물도 있어 희망이 되곤 했지만, 이를 보고 “영화라서 그렇네”라며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비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올여름 천만관객이 넘는 흥행을 이끌어낸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에서도 좀비 바이러스라는 일대 최대의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보호는 없었다. 그 대신 국민이 스스로 힘을 합쳐 싸워야 했다. 국가에서는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좀비가 된 국민을 폭동이라며 언론을 통해 보도할 뿐이었다.
‘터널’(감독 김성훈)에서는 더욱 적나라한 묘사가 이뤄졌다. 부실공사가 원인이 돼 터널이 무너졌고, 그 안에 정수(하정우 분)가 갇혀 구조를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무능했고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사고 대책반의 구조대장 대경(오달수 분)이 대책 회의에서 외쳤던 “이정수 씨는 도롱뇽이 아니라 사람인데요. 파충류가 아니라 사람. 자꾸 까먹으신 것 같아서”라는 한 마디의 울림이 컸다.
오는 12월에는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를 다룬 ‘판도라’(감독 박정우)의 상자가 열린다. 실제로 지난 9월 경주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우리에게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다. 아주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지진과 원전 사고 등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그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판도라’를 통해 토해내는 시도다.
이처럼 재난을 소재로 현실을 반영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거운 2016년이다. 이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앞으로 국가가 헤쳐 나가야 할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형태로 국민은 국가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판도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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