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외국인선수 시장이 요동친다. 수년간 활약한 선수들이 기존 팀들과 재계약이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재활용 카드를 꺼낼 팀들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0개 구단들은 25일까지 KBO에 보류선수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그 중 외국인선수도 포함돼 있다. 재계약 의사가 있는 선수들은 보류명단에 포함하면 된다. 그렇다고 재계약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원칙적으로 내달 31일까지 재계약을 마쳐야 하는데 구단은 다른 선수를 영입하고 기존 선수의 보류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KBO리그 분위기로 볼 때 애매한 실력이나 팀 내 역학관계로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의 경우 다른 팀에서 영입 의사가 있을 경우 보류권을 풀어주는 게 관례로 자리 잡고 있다. 내년 시즌 다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외국인선수들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KIA는 3년을 함께한 외국인 타자 브렛 필과 이별을 고민 중이다. 필은 KIA 중심타자로 꾸준히 활약했지만, 세부 기록으로 보면 '특급'으로 분류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김주형의 성장, 안치홍-김선빈의 복귀까지 맞물리며 필의 잔류 불가 쪽으로 기울었다.
장타력이 떨어지고, 1루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KBO리그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로 기본 활약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3년간 통산 타율 3할1푼6리에 61홈런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 구하기가 어려운 팀들이라면 필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NC의 1군 첫 시즌부터 4년을 함께한 에릭 해커도 재계약 위기에 놓였다. 올 시즌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두 달을 쉰 것이 발목을 잡았다. 실력 면에서는 의심의 여지없지만 장기레이스를 이끄는 현장 입장에선 불안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해커는 4년 통산 111경기 44승27패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최근 2년간 32승 평균자책점 3.26으로 최고 활약. 부상 걱정만 없다면 이만한 이닝이터가 없다. 해커가 재계약에 실패한다면 상당수 팀에서 러브콜을 보낼 게 유력하다. 가장 검증된 투수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재계약을 놓고 고민하는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도 2년차가 된 올 시즌에는 부진했지만, 10승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시장에 나온다면 관심을 가질 팀들이 있다. 역시 NC가 장고를 거듭 중인 투수 재크 스튜어트도 재계약이 불발되면 부를 팀들이 많다.
KBO리그에선 재활용된 외국인선수가 성공한 사례가 몇몇 있다. KIA에서 두산으로 옮겨 다승왕을 차지한 게리 레스, KIA에서 퇴출 위기에 몰려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다니엘 리오스, 삼성에서 부상으로 퇴출됐으나 넥센에서 재기 기회를 잡은 브랜든 나이트, KIA·넥센에 이어 LG 유니폼을 입은 헨리 소사가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과연 내년에도 재활용 외인 성공 사례가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필-해커-린드블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