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초창기인 2000년대 초반 최고의 스타는 '황제' 임요환이었다. 선수로서 황금기가 지나고 나서도 임요환은 끊임없는 채찍질로 개인리그 결승전에 2005년까지 쉼없이 올라갔다. 60만명이 넘는 국내 팬들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임요환의 아이디인 '박서'에 열광했다. 그로인해 그는 다른 선수들의 우상이면서도 뛰어넘을 대상이 돼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그의 맞수가 됐던 김동수 박정석 최연성 오영종은 임요환의 노력과 실력을 자양분 삼아 당대 최고의 선수로 각광받았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뛰어넘어 '황제' 임요환을 연상케 하는 또 하나의 레전드가 등장했다. 바로 '페이커' 이상혁이다. 이상혁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 넥슨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6 대한민국 e스포츠 대상'에서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됐다. 소속팀 SK텔레콤을 축구의 월드컵과 비유되는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첫 3회 우승과 2년 연속 우승을 견인한 그를 대적할 경쟁자는 없었다.
2년 연속 대상 수상에 LOL 최우수 연속 3회 연속 수상의 그는 LOL 선수들이 가장 뛰고 싶어하는 선수 중의 선수. 2017시즌을 앞두고 이적시장이 열린 현 상황서 '페이커' 이상혁은 언제나 화제에서 빠질 수 없다.
이적 시장에서 오른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돈' 보다는 '누구와 함께 뛰느냐' 여부. 5대 5 단체전인 LOL에서도 '허리'라고 할 수 있는 미드라이너가 든든한 SK텔레콤을 많은 선수들이 뛰고 싶어하는 첫 번째 팀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분명 그는 최고이지만 항상 완벽한 것은 아니다. 2016시즌 SK텔레콤은 적잖은 위기가 있었다. SK텔레콤의 위기 뒤에는 '페이커' 이상혁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 롤챔스 스프링시즌에서는 1라운드를 7위로 마무리하면서 흔들렸고, MSI서는 조별리그 4연패를 당하면서 벼랑 끝에 몰리기도 했다. 서머시즌 막바지에도 SK텔레콤은 힘이 빠진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쿨'하게 인정한다. 롤드컵 결승을 앞둔 인터뷰나 시즌 중 했던 많은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문제점에 대해서 숨김없이 인정하는 모습을 수차례 보였다. 그런 그의 진정성은 대상 수상소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혁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작년에 대상을 받고 나서 정말 기뻤고 내년에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올해도 받아서 정말 기쁘다. 요즘 개인 방송으로 스타 방송을 보고 있다. 직접 플레이도 해봤는데 3승 11패인가 했다. 직접 해보니 스타2 종목 선수들이 대단해보였다. 나를 바라보는 팬 분들도 같은 기분 이실 것 같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소속팀 SK텔레콤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상혁은 다가오는 2017시즌도 SK텔레콤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유니폼의 색깔이 달라질 수 있지만 분명한건 다음 시즌의 이상혁도 최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다. 항상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한계를 시험하는 이상혁. 그가 보여줄 내년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