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씽’ 엄지원, 아이 없어도 계속 엄마 역할 하는 이유 [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11.28 16: 18

인터뷰를 위해 매번 여러 명의 배우들을 만나곤 한다. 화면으로만 보던 이미지가 그대로인 사람이 있는 반면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스타가 있다. 배우 엄지원도 그중 한 명이었다.
날카롭고 예민할 줄 알았지만 직접 만나 얘기해보니 아는 언니처럼 살가웠다. 센 농담도 던지며 웃음을 안길 줄도 아는 여유도 있었다. 흔히 방송에서만 볼 수 있는 친절한 모습이 아니라 그녀는 카메라가 없어도 웃었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영화 ‘미씽 : 사라진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최근 엄지원을 만났다. 미소로 기자들을 맞이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배려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솔직한 모습의 엄지원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유쾌했다.

엄지원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소원’ ‘더 폰’ ‘경성학교’ 등 연달아서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을 연기해왔다”며 “이런 게 배우의 숙명이고 업인데, 어떻게 보면 저라는 사람의 삶 속에 같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촬영이)힘들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미씽’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미씽’에서 엄지원은 이혼 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워킹맘 지선 역을 맡았다. 지난 2013년 개봉한 ‘소원’ 이후 또 다시 엄마 역할이다.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엄지원은 “‘소원’ 때 엄마 역이 처음이었고 깊이감이 있어서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미씽’ 같은 경우에는 시나리오를 덮으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똑같이 모성애이긴 하지만 제게 좀 다르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많은 인물을 연기하게 되는데 ‘소원’은 성폭행을 당한 아이가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회복하는 이야기이고, ‘미씽’은 엘리트 워킹맘이지만 계약직 노동자다. 상업적인 틀 안에서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 속의 문제를 제가 표현하는 것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꼈다. 앞으로도 시대상을 담은 작품이나 사회적 이슈가 담긴 작품을 가능한 많이 하고 싶다. 배우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이자 또 하나의 일인 것 같다. 이런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게 배우로서 영광이다. 아이도 없는데 이런 역할을 또 해도 될까라는 걱정은 안했다.”
엄지원은 지난 2014년 5월 27일 건축가 오영욱 씨와 결혼했다. 슬하에 아직 아이가 없지만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이번 역할을 하면서)외로운 것도 외롭지만 괴로워서 너무 힘들었다. 감정도 감정이고 내가 표현하는 게 맞는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지난해 여름 첫 촬영을 시작해 같은 해 10월 말쯤 촬영을 마쳤고, 신젬마 역을 맡은 영화 ‘마스터’는 이보다 앞선 작년 4월 시작해서 8월까지 촬영을 했다. 액션이 가미된 ‘마스터’가 더 고통스럽고 힘들 것 같지만 감정 소모가 많았던 ‘미씽’이 더 고됐다고 했다.
“‘마스터’에서 쿨한 역할을 했는데 찍으면서 액션 때문에 앉기도 힘들 만큼 디스크가 안 좋아졌다. 하지만 ‘미씽’을 찍고 보니 몸이 아파도 그게 더 쉬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래서 다음 작품은 무조건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게 멘탈적으로 훨씬 괜찮다.”
‘미씽’은 변신이 기다려지는 공효진과 엄지원의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는 물론,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와 오감을 사로잡는 비주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엄지원은 함께 호흡한 공효진과 인물에 대해 깊게 이야기 나누며 연기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효진이와 현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지 얘기했다. 아주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배우들끼리)연기 레벨에 대해 얘기하는 게 실례가 될 수도 있는데 저희는 정말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며 작업했다. 가장 많이 대화한 배우가 아닐까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미씽’에 대해 과연 엄지원은 얼마나 흥행을 기대하고 있을까.
“기대하면 실망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충무로의 흥행공식에 의해 주춤하고 싶진 않았다. 정면 돌파하고 싶다. 저희도 ‘잘될까’하는 의문이 있지만 일단 언론 시사나 VIP 시사회 때 반응이 좋아서 어리둥절하다.(웃음)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딜라이트 및 영화 '미씽' 포스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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