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 육성과 리빌딩의 바람이 불고 있다. 베테랑들에겐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겨울이다.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올해 통합우승을 차지한 두산은 수년간 젊은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한 리빌딩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준우승팀 NC도 창단 때부터 뽑고 키운 선수들이 중심으로 자리 잡았고, 최하위 후보에서 3위로 깜짝 돌풍을 일으킨 넥센도 젊은 선수들이 투타 가리지 않고 튀어 나왔다.
작정하고 세대교체를 한 LG와 KIA도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반면 당장의 성적을 위해 3년간 전폭적 투자를 한 한화는 7위로 실패한 시즌을 보냈다. 결국 한화는 '육성 전문가' 박종훈 신임단장을 영입하며 '윈나우'에서 '리빌딩'으로 팀 기조를 바꿨다. 육성·리빌딩은 대세가 됐다.
자연스럽게 나이 먹은 베테랑 선수들의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매년 겨울은 전성기가 지나 하락세에 접어든 노장 선수들에게 힘겨운 시기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유난히 많은 베테랑들이 찬밥 대우를 받고 있다. 미래가치에 주목하는 리그 분위기와 흐름에 오랜 기간 쌓은 실적은 뒷전으로 밀렸다.
두산과 계약기간이 만료된 홍성흔(39)은 지난 22일 고심 끝에 은퇴를 선언했다. LG 이병규(42)도 올 시즌 내내 은퇴 압박을 받고 있고, 현역 연장을 위해선 정든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벗어야 하다. KIA 김병현(37) 넥센 이정훈(39) SK 김승회(35)도 방출 통보를 받은 뒤 다른 팀들의 문을 두드렸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FA 시장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를 받은 6명, 이미 계약을 마친 3명을 제외한 6명의 FA 선수들은 모두 30대 중후반이란 공통점이 있다. LG 정성훈(36), 봉중근(36), kt 이진영(36), NC 용덕한(35), 조영훈(34), 두산 이현승(33) 모두 FA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과거 실적보다 향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FA 시장 분위기상 베테랑들이 큰돈은 물론 다년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단들이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협상 주도권을 잃었다. 30대 초반으로 나이가 비교적 젊은 김재호(31) 나지완(31) 이원석(30)이 괜찮은 조건에 계약한 것과 대조된다.
베테랑이 인정받기 위해선 결국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 경쟁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삼성 이승엽은 내년을 끝으로 은퇴하지만 여전히 중심타자로 정상급 성적을 내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하게 몰아 붙여야 한다. 나이 먹은 선수를 편하게 해주면 죽음이 초라해진다"며 베테랑들이 은퇴할 때까지 더 분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