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농구 주관 방송사의 한 아나운서는 농구계에 재미를 선사했다. 자사 아나운서들과 농구 선수들을 대입해 비교했다. 그중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2순위로 서울 SK에 입단한 최준용에 대해서는 "신인으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겁을 상실했다. 생각을 안 하고 이야기를 한다"고 평가했다.
데뷔 전부터 최준용은 인터뷰 때문에 고민을 했다. 돌려서 말하기 보다는 직접적으로 가진 생각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 경기 전 방송국과 인터뷰서도 최준용은 자신감 넘치는 이야기를 했다.
24일 서울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서도 여전한 입담을 자랑했다. 최준용은 "나는 분명 예의가 있는 선수다. 다만 누가 들어오면 받아칠 뿐이다"면서 "2라운드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음 가짐을 새로 갖고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 농구 보다 인터뷰에 대해 관심을 보인다. 농구를 더 잘해야 하는데... 일단 차분하게 하고 싶다"면서 "크레익 혹은 (김)준일형과 매치업이 될 수 있다. 스피드로 노리고 싶다. 특히 준일형은 정신 차리고 나와야 한다. 몸 풀 때 보니까 정신을 놓은 것 같다. 오늘 경기 끝난 후에는 내가 모른척 할 것"이라고 거침없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준용은 단순히 입담으로 끝내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코트니 심스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최준용은 폭발하면서 팀 공수에 걸쳐 큰 활약을 선보였다.
삼성을 상대로 35분 29초를 뛴 최준용은 25점-12리바운드-4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최준용은 1쿼터서 무려 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3쿼터서는 10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KBL 최고의 골밑을 자랑하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크레익을 상대로 제 몫이 아니라 핵심 역할을 해냈다.
최준용의 출전 시간은 테리코 화이트(39분 34초)에 이어 2번째로 많았다. 그만큼 제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는 증거다.
올 시즌 신인 첫 20득점이다. 1순위 이종현(모비스)는 부상 회복으로 인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고 빅3중 한명인 강상재(전자랜드)의 기록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그러나 최준용은 점점 기록이 좋아지고 있다. 올 시즌 최준용은 경기당 9.45득점과 9.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두자릿수 기록이다. 큰 기대를 받은 만큼 자신의 위력을 뽐내고 있다.
비록 프로 경험이 적은 최준용은 이날 베테랑 문태영을 상대로 신경전에서 승리를 거둘 정도였다. 수비가 약한 문태영을 파고들던 최준용은 2쿼터 6분 50초 거칠게 파울을 당했다. 신경전에서 이겨낸 것. 최준용이 드리블로 파고들며 턴오버를 범하는 가운데 문태영은 최준용의 손을 거칠게 치며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경기내내 끊임없이 괴롭히며 얻어낸 결과였다.
또 활발한 돌파를 통해 화이트와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경기 막판 높이의 열세로 인해 팀이 패했지만 최준용은 분명 확실하게 눈도장을 받았다.
특히 최준용은 경기 전 자신을 모른척 했던 김준일을 5반칙으로 유도해 코트서 쫓아냈다. 김준일은 팀은 승리했지만 본인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15분 51초를 뛴 김준일은 5점-6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나마 3~4쿼터서는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최준용은 개인적인 활약은 계속 보여주고 있다. 다만 심스의 부상까지 생기면서 팀은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는 삼성을 상대로 최준용은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