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대는 박성현(23, 넵스)의 천하였다. 홀로 일곱 번이나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다승왕, 상금왕, 최저 타수 등 3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박성현은 올 시즌을 끝으로 한국 무대를 떠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KLPGA는 다음 시즌 박성현의 뒤를 이을 새 스타를 기다리고 있다. 강력한 후보가 둘이나 있다. 올 시즌 3승을 기록하며 박성현을 제치고 대상을 확정한 고진영(22, 넵스)과 '퍼팅달인' 이승현(25, NH투자증권)이 주인공이다.
▲ 고진영, "성현 언니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는데..."
고진영은 이번 시즌 대상 포인트 최고점의 주인공이다. 562점을 기록하며 박성현(561점)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대상 수상을 확정지었다. 고진영은 "KLPGA 대상을 받게 되어 2016년이 특별한 해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면서 "아직 내가 받기에는 부족한 상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에서 주신 거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한 시즌을 마친 소감으로는 "신인 때부터 매해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기쁘다.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다음 시즌 어떤 걸 보완해야 할지 느꼈던 한 해였다"라고 전했다.
고진영은 올 시즌 상금과 평균타수 순위에서 모두 2위에 오르며 꾸준함을 대변했다. 그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스코어나 순위보다는 스윙 등 과정에 집중하려고 했다"면서 "목표 순위를 예선통과로 잡다 보니 자연스레 편안하게 경기를 해서 꾸준한 성적이 나온 것 같다"고 비결을 밝혔다.
고진영이 생각하는 장단점은 무엇일까. "골프선수로서 내 장점이 크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서 많은 장점을 갖춘 선수가 되겠다"는 그는 "단점은 지나치게 완벽해 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너무 피곤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겸손의 미덕을 보였다.
다음 시즌 미국 무대로 떠나는 박성현과는 선의의 라이벌이자 동고동락한 절친한 사이다. "성현 언니와 같은 후원사서 3년 동안 있으면서 많은 추억들을 함께 만들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고 언니에게 이야기도 했다.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런 정이 많이 들었다. 내년에도 같은 후원사에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니에게 미국에 가서도 꼭 잘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언니도 나에게 미국에 오라고 말했다."
팬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2016시즌이 마무리 됐지만 이벤트 대회인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과 국가대항전인 '더퀸즈 presented by 코와'가 남았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내년엔 더욱 좋은 모습으로 지금까지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이승현, "내년에는 3승에 도전하고 싶다"
이승현은 올 시즌 2승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과 2016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대상포인트 3위, 상금순위 4위, 평균타수 3위, 평균퍼팅 4위 등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나에겐 최고의 한 해였다. 시즌 2승 등 목표했던 것을 다 이뤘다. 대회가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시즌을 잘 마쳐서 뿌듯하다."
올 시즌 3번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이승현은 "2위로 마친 대회들이 많아 아쉽다"면서 "가장 아쉬웠던 대회는 중국에서 열린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한 타 한 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었던 대회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박성현이 LPGA로 가서 기회가 많이 생긴 건 사실이지만 한국에도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결국 내가 잘해야 한다"면서 "올해 이룬 목표보다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다. 2승을 해봤으니 내년에는 3승에 도전하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던졌다.
롤 모델은 최근 은퇴한 박세리다. "박세리 프로를 존경한다. 한국 골프계의 선구자이자 영원한 레전드다. 나도 어렸을 적 그를 보고 배웠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그걸 해냈다"는 그는 "내 장점은 부드러움이고 단점은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단점만 생각하기보다는 장점을 더 살리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현은 "정규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남은 대회는 즐기고 싶다"면서 "챔피언스 트로피와 더퀸즈 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단체전이기 때문에 선수들 간의 협동심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dolyng@osen.co.kr
[사진] 고진영(위)-이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