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외국인 선수 재계약 통보 마감시한을 앞두고 결국 스캇 맥그레거(30)를 포기했다. 기존 구단의 행보를 뒤엎는 결정이다. 결국 구단 외국인 선수 역사상 가장 비싼 션 오설리반을 영입하며 장정석 신임 감독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
넥센은 25일 오설리반의 영입을 발표했다. 메이저리그(MLB) 통산 71경기에 나가 323.2이닝 동안 13승23패 평균자책점 6.01을 기록한 오설리반은 MLB 팬들이라면 이름이 낯설지 않은 현역 메이저리거다. 넥센은 앤디 밴헤켄과 함께 팀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어나갈 에이스급 선수를 영입하며 내년 외국인 선수 라인업을 확정지었다.
이에 앞서 넥센 관계자는 “맥그레거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로버트 코엘로(32)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6월 한국 무대를 밟은 맥그레거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90이닝을 던지며 6승3패 평균자책점 5.20을 기록했다. 성적이 특급은 아니었지만 넥센은 당초 맥그레거를 올해가 아닌, 내년까지 본 외국인 선수로 간주했다. 더 성장할 것이라고 봤고 올해는 적응기로 여겼다. 그럼에도 막판 방향을 바꿔 새 외국인 선수를 뽑기로 결정한 것이다.
코칭스태프의 요청은 아니었다. 장정석 신임 감독은 팀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가 한창이던 지난 13일 내년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상을 밝히면서 “맥그레거를 그대로 끌고 가도 괜찮다는 생각을 구단에 전했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구단 측에서 좀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아 재계약이 확정적이지는 않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 유보적인 태도를 드러냈다. 당시부터 이미 앤디 밴헤켄(37)과 대니 돈(32)의 재계약은 확정이었다.
장정석 감독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마운드, 그 중에서도 선발진을 지목하고 있다. 장 감독은 “두산을 보라. 결국 강력한 선발 4명이 버티니 시즌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고 선발 야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넥센은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됐다고 할 수 없다. 올해 신재영이 혜성처럼 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4·5선발은 변수가 있다. 일단 1~3선발에 무게를 둬야 할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넥센이 장 감독의 구상에 힘을 실어주고자 외국인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넥센은 자생구단의 여건상 대규모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 쉽지 않다. 하지만 오설리반에 110만 달러라는 비교적 큰 금액을 투자했다. 넥센은 올해 분전했던 불펜 전력이 건재하고 부상으로 올해를 날린 핵심 전력인 조상우 한현희도 내년에 복귀한다. 오설리반이 경력값을 한다면 마운드를 무난하게 꾸려나갈 수 있다.
한편으로는 에이스인 앤디 밴헤켄이 2018년까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밴헤켄은 1979년생으로, 2018년에는 만 39세가 된다. 20대 후반의 오설리반을 넥센의 장기적 시선으로 간주할 수 있는 까닭이다. 넥센이 심혈을 기울여 뽑은 선수인 만큼 내년은 물론 그 이후도 충분히 생각을 했을 법하다.
한편 대니 돈은 그대로 안고 간다. 대니 돈은 올해 129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 16홈런, 7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3을 기록했다.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외국인 타자만한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사실. 그러나 장 감독은 "대니 돈은 올해 부상으로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수비나 주루는 물론 타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하지 못했다"라면서 "부상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한 만큼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