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CP가 밝힌 #시청률 폭발#길라임 낙종#미해결 숙제 [인터뷰]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23 09: 30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또 다시 안방극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비선 실세 최순실의 비리 의혹과 국정 농단을 건드린 ‘대통령의 시크릿’ 편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주말 내내 방송 다시 보기에 대한 관심이 쏠릴 정도로 의미 있는 파장이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9일 이미 예고했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대국민적인 분노와 실망을 다뤘다.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국정 운영의 실체를 마주한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국가 전체가 얼어붙은 듯한 분위기, 시국이라는 표현과 대통령의 담화문이 조롱이 돼 유행어가 되는 어떻게 보면 참 슬픈 현실을 총체적으로 담았다.
대통령과 측근의 비리 의혹을 넘어 대한민국의 국격이 무너졌다며 한탄하는 국민들의 헛헛한 마음을 대변하는 방송이었다. 의문점 투성이인 세월호 침몰 당시 7시간의 알려지지 않은 공백에 대한 문제 제기, 대통령의 행적을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소문이 많은 것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불통이라는 근본적인 잘못이 있기 때문이라는 일침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알고 싶다’를 비롯해 기성 언론이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이 벌어졌다면서 언론의 책임감을 전하며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그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투명한 창이 되고 어두운 단면을 조명하며 우리 사회의 정화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들로서는 이 프로그램 제작진의 깊은 책임감이 묻어나는 자기 반성이 더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방송은 가히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9%, 수도권 기준 21.3%를 기록, 2004년 2월 이후 12년 만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 특히 탐사 보도 프로그램이 두자릿수를 넘기기 쉽지 않은 다매체 시대라는 요즘 방송 환경에서 이뤄낸 경이적인 기록이다. 1992년 3월 첫 방송 이래 20년 넘게 방송을 이어오며 시청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뤄낸 뿌듯한 성과다.
특히 이 같은 시청률은 토요일 당일 방송된 모든 프로그램 중 전체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 이어 2위를 한 것. 화제성 역시 높았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인터넷에서 언급된 게시물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5,411점을 얻어 이 조사 단골 1위인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래는 이 시국을 냉철히 진단하며 안방극장에 의미 있는 문제 제기를 한 이 프로그램의 책임 프로듀서인 박진홍 CP와의 일문일답이다.
# ‘대통령의 시크릿’ 편이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월호 7시간의 의혹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건 제작진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번에는 순전히 기쁜 마음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고 원하시던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죄송스런 마음도 들었습니다. 저희가 시청자들의 열망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더 긴장하고 제작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아무래도 탐사 보도 프로그램인지라 좀 더 심층적인 시선을 기대했던 시청자가 있었나 봅니다. 그동안 나온 뉴스를 정리하는 방송이었다는 아쉬운 시선도 있고, 총체적으로 다룬 방송이어서 의미가 있었다는 호평도 있습니다. 엇갈리는 반응에 대해 제작진으로서 고민도 있을 법 합니다.
일단 개별 사실을 폭로하는 것보다는 7시간에 대한 정당한 의혹제기를 하는 것이 먼저라는 게 원칙이었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찾아내자는 게 취재방향이었습니다. 제보를 통해 대통령이 의원시절에 다른 바이오 회사에서 줄기세포주사 불법시술을 받았다는 사실과 그 이후 차움병원에서도 치료를 받고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것까지는 저희가 단독으로 확보한 사실이었습니다.
방송시점이 데일리로 나가는 뉴스보다 뒤처지다보니 길라임 예명을 사용했다는 것을 포함해 많은 사실이 다른 매체를 통해 알려져서 김이 빠지긴 했지만 저희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추적을 해가다보면 의혹을 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가졌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마지막 퍼즐을 찾지는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컸습니다. 시청자들께서도 의문을 풀지 못해 실망감을 말씀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더 많은 분들이 세월호 7시간의 의혹을 풀어가는 긴 과정에서 중요한 한 단계를 밟은 것이라는 평가를 해주셨고, 단 한 번의 폭로로 해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발 한발 진실에 다가가려는 집중력이 중요하다고 조언을 해주신 시청자들도 계셨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생각보다 컸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매일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기 때문에 방송을 준비하는데 어려움과 고민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처음 생각은 견고하게 구성되어 있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국가의 시스템이 왜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졌는지에 대해 방송하자는 것이었는데, 매일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 하나하나의 사실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런 국가 시스템 붕괴의 극단적인 사례이며 가장 답을 찾아야하는 의문인 세월호 7시간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은 예전에도 몇 차례 내부적으로 논의되다가 몇 달을 매달리더라도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선뜻 제작에 나서지 못했던 것이라 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제작을 맡은 이큰별 PD와 홍정아 작가는 그러나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분명하게 답을 요구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프로그램화하기를 원했습니다. 저희가 이 주제를 다룬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공표한 적은 없었지만 제보내용이 회자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저희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와 이어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듯이 저희도 합리적인 의심을 가지고 답을 찾아 추적하고 있었고 기대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답을 찾지 못한 거죠. 아쉽지만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한 진실추적이 끝난 것은 아니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조금이라도 더 진실에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세월호 침몰 후 7시간의 시간을 결국 대통령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전하며 숙제로 남겨뒀습니다. 앞으로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끝까지 다룰 부분인가요? 아니면 이번 사태에 관한 또 다른 접근의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건가요?
말씀드린 대로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노력은 끝나지 않았고 지난 방송 후에도 제보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확히 언제 어떤 내용으로 방송할 예정은 아직 없습니다만 분명한 건 아직 안 끝났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에도 최태민, 최순실 일가와 박근혜 대통령간의 인연을 중심으로 방송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정치적 상황이 쉽게 종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의 시국에 관한 방송은 계속될 것입니다.
# 그동안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기성 언론이 국정 농단 사태를 먼저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는 말을 전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다운 자기 반성이었다는 시청자들의 호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부분을 넣는 데까지 고민이 있었을 듯 합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신뢰와 성원을 보내주시는 시청자들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강자의 부당한 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어느 정도 맡았다고 생각하고 높이 평가해주시지만, 실제로는 많이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송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최근 SBS 구성원들은 종편사라고 안이하게 바라봤던 JTBC에 뒤처졌다는 자괴감과 함께 그동안 권력과 강자들에 대한 감시에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공중파 방송의 역할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으며, 그런 반성을 방송에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jmpyo@osen.co.kr
[사진] SBS 제공,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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