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삼성전자, 최순실 유탄 피해갈 수 있을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6.11.23 08: 17

이재용 체제로 전환한 재계 1위 삼성전자가 최순실 유탄에 적지 않은 출혈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비브랩스에 이어 전장전문기업 하만까지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정치권의 외풍을 맞닥뜨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순실이 기획한 미르·K스포츠 두 재단에 204억 원을 출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삼성은 이와는 별도로 최순실 측에 상당한 금액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최순실 회사로 알려진 독일 비덱스포츠에 대한승마협회 훈련자금 지원 명목으로 280만 유로(약 35억 원)을 지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말 구매비용을 댔다.
이밖에 승마협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독일까지 건너가 삼성이 2200만 유로(약 280억 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은 최 씨 조카 장시호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지난 2월까지 16억원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의 주 타깃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벌써 삼성전자 서초사옥은 두차례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장충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사장도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앞으로도 이런 분위기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정·재계 관련 인사가 대거 포함된 증인을 채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계 관련 인사에 이재용 부회장을 물론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GS그룹 회장), 이승철 상근부회장, 정몽구 현대차회장, 최태원 SK그룹회장, 구본무 LG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김승현 한화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 회장 9개 그룹 총수가 법정에 설 예정이다.
국조특위에 따르면 오는 30일 문화체육관광부, 대검찰청, 국민연금공단의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재계 관련 인사들은 다음달 5일 1차 청문회에 나서게 된다.
만약 검찰 수사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여러 혐의가 범죄 사실로 입증될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관련자 처벌에 나설 경우 이재용 부회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8년전인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검수사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미래전략실의 전신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기도 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전 국민들이 놓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만큼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납득이 가야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시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의 무리수가 최순실과 연루된 것이라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분노와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체제를 내세워 '새로운 삼성'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러나 시작부터 갤럭시 노트7의 실패에 따른 단종이라는 쓴맛을 본 삼성전자는 이제 최순실 사태라는 암초로 도덕성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재벌개혁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내년 갤럭시 S8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려던 삼성전자. 당장 최순실이라는 거대한 풍랑을 만난 만큼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삼성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이 부탁한 금품 이상의 별도 금품을 비선실세 최씨 가족에게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편의를 제공한 적극적 협조 혐의가 있기 때문에 빠져나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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