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가 느낀 공포의 SUN, "마치 2m 앞에서 던지는 듯"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11.22 06: 14

"선동렬 선배님이 지금 FA 시장이라면 얼마 받았을까요?".
지난 21일 오키나와 지역에 오전부터 많은 비가 내리자 KIA는 운동장(긴스타디움) 훈련을 취소하고 숙소인 가리유시 리조트 내의 축구장에서 러닝으로 훈련을 대체했다. 말이 러닝이지 선수들은 두 시간 넘게 혹독한 뛰기를 했다.  하루 훈련을 대신하는 훈련이니 운동량이 상당했다.
선수들의 얼굴표정까지 샅샅이 살펴보며 훈련을 독려하던 김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복 많이 받았다. FA라는 제도가 생기면서 야구만 잘하면 평생 먹을 수 있는 돈을 만질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대단한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고 말을 뗐다.  

이어 "이만수 감독님, 김성한 감독님 시절은 홈런 30개 치고도 25% 상한선에 묶여 돈도 많이 벌지 못했다. 나도 쌍방울 시절 홈런 30개를 치고도 1800만 원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나는 FA 특혜를 받았다. 만일 선동렬 선배님이 지금 FA 시장에 나왔다면 얼마나 받을까요?"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투수 선동렬의 볼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지금 투수들과도 비교하더라도 선동렬 선배님의 볼은 차원이 달랐다. 18.44m에서 던지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2m 앞에서 나에게 볼을 던지는 느낌이었다. 몸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오는데다 팔도 더 앞으로 뻗으면서 던졌다. 볼이 내 앞에서 갑자기 위로 쓔-욱하고 떠올랐다. 그 볼을 어떻게 치는가"고 말했다. 
슬라이더는 알고도 못쳤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슬라이더는 왼손타자인 내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설 때가 있을 정도로 각이 예리했다. 일반적인 슬라이더보다는 각이 크고 커브보다는 각이 적은 궤적이었는데 알고도 치지 못했다. 해태가 서울 원정가면 호텔에 김응룡 감독과 선동렬 선배님만 남고 다른 이들은 모두 술마시러 나간다는 농담도 있었다. 타자들이 1점만 뽑으면 이기는데 얼마나 편했을 것인가"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쌍방울 시절 선동렬 때문에 후배 최태원을 나무란 일화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선배님이 마운드에 오르면 최태원이 커트를 계속 한다. 그러면 뒤에서 타격 대기하는 나는 불안했다. '네가 계속 커트하면 선 선배님이 몸을 다푸는데 그럼 나는 어떡하냐'고 혼내기도 했었다"는 것이다. 
당대 최고의 기술타격을 구사했던 김기태 감독을 포함해 선동렬의 존재가 타자들에게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일화가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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