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의 진’ 김태훈, 긍정으로 돌파구 찾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21 15: 00

SK 좌완 김태훈(26)은 자타공인 팀의 분위기 메이커다. 넉살 좋은 성격으로 팀 선·후배들과 두루두루 친하다. 얼굴에는 항상 웃음꽃이 피어있다. 물론 지금도 김태훈은 웃는다. 하지만 가슴 한켠에는 절박함과 진지함이 생겨났다. 코칭스태프는 “그것이 군 입대 전 김태훈과 지금 김태훈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제대한 김태훈은 올해 SK의 좌완 전력에 보탬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김태훈도 확 달라진 모습으로 보조를 맞췄다. 강화 SK 퓨처스파크 합류를 자청했다. 보통 신인급 선수가 아니면 출퇴근을 해도 되지만 김태훈은 야구에 더 절실히 매달리고자 이런 선택을 내렸다. 올해 대만 2군 캠프 당시부터 운동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나지 않았다. 올해는 1군 15경기에서 14⅔이닝을 던지며 1패 평균자책점 4.30을 기록했다.
‘프로데뷔 후 첫 승’을 목표로 했던 김태훈의 포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성적이었다. 1군 붙박이가 되지도 못했다. 그렇기에 김태훈은 자신을 더 코너에 몰아넣고 있다. SK의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 참가 중인 김태훈은 “보통 다들 군대 가기 전에는 ‘안 되면 군대 가면 되지’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갈 곳이 없다. 못하면 집으로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최대한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야구를 해야 할 때라고 코치님들이 항상 말씀해주신다”라고 했다.

올해는 성적만 놓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지만, 발전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대감도 남긴 한 해였다고 돌아본다. 김태훈은 “코치님들이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죽어라 해봐라’고 말씀하셨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것 같기는 하다. 생활 패턴도 많이 바뀌었다”라면서 “지금까지는 운동에 대한 생각을 많이 안 했다. 하지만 올해는 투구 매카닉 부분도 공부를 많이 하고, 트레이닝 부분에서도 최현석 트레이너와 이야기도 많이 하며 공부를 했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긍정적인 면을 짚었다.
그런 김태훈은 가고시마 캠프 합류 전 애리조나 교육리그를 다녀왔다. 투수 최고참이었다. 교육리그에 가는 것이 내심 못마땅한 나이가 되긴 했지만, 김태훈은 교육리그 성과에 대해 눈빛을 반짝였다. 김태훈은 “맨 처음에는 교육리그 참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가서 확실히 기량이 좋아졌다는 게 느낌을 받았다. 생각도 점점 긍정적으로 바뀌더라. 지금은 오히려 다녀와서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지금 당장 시즌이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힘줘 말했다.
빠른 공과 투심패스트볼 위주인 김태훈이 체인지업에 눈을 뜬 계기여서 그렇다. 김태훈은 “그간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을 중점적으로 실험했는데 재미를 많이 봤다. 빠른 계열의 구종 밖에 없었는데 느린 구종 변화구가 있으니 타자들을 상대할 때 유리한 것을 느꼈다. 잘 쓰면 타이밍을 뺏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짚었다. 교육리그를 총괄한 김경태 2군 투수코치 또한 “김태훈의 모습이 가장 고무적이었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그런 김태훈의 내년 목표는 다시 1군 정착과 프로 첫 승이다. SK는 좌완 요원이 부족한 상태고, 김태훈에게 걸리는 기대치 또한 뚜렷하다. 선수도 부담보다는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역시 긍정 마인드가 곳곳에 녹아 있다. 김태훈은 “올해는 혼자서 다급하다보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마음이 급하니 마음대로 안 풀렸던 점도 있다. 좀 더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면서 “어느 위치든 상관없이 많이 던졌으면 좋겠다. 팀이 필요할 때 많이 던지는 투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김태훈은 현재 1군에서 가장 필요한 왼손 불펜은 물론, 롱릴리프와 장기적으로는 선발로도 쓸 수 있는 재목이다. 가능성 하나는 또래의 팀 그 어떤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다소 꼬여왔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해와는 달리 ‘급할수록 돌아가겠다’고 말하는 김태훈의 모습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또 다른 기대감도 엿볼 수 있다. 김태훈이 팀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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