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도전 2탄, 또 한 번의 '희망찾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21 13: 01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두 명의 포수와 씨름했다. 당시 SK는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떠난 정상호의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재원의 주전포수 등극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반드시 백업을 키워내야 했다. 한 시즌 전체를 모두 뛰기 어려운 포수 포지션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 그랬다.
박경완 코치는 김민식(27)과 이현석(24)이라는 포수 두 명을 데리고 가고시마에 와 강훈련을 시켰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라는 별칭이 붙었을 정도로 훈련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동료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김민식은 당시를 회상하며 “숙소에 들어가면 밥을 먹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냥 들어가면 뻗어 자기 일쑤였다”고 떠올린다.
땀의 대가는 확실했다. 김민식 이현석 모두 가고시마 캠프를 통해 급격한 기량향상을 이뤄냈다. 사실상 체계적인 포수 훈련을 받지 못한 두 선수는 ‘기본기’에 입각한 박 코치의 강한 반복 훈련 덕에 포수로서의 골격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박 코치는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많은 성장을 했다. 비록 백업 포수로 김민식이 낙점되기는 했으나 사실 두 선수 사이에 실력차는 거의 없었다. 전략적인 부분의 선택이었고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박 코치는 올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김민식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놔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올해 상황도 녹록치 않은 탓이다. 이현석이 미래를 위해 군 입대를 선택했고 베테랑 포수인 허웅은 내년부터 2군서 플레잉코치로 뛴다. 이재원의 부재를 대비해 김민식을 주전급 포수로 성장시켜야 함은 물론, 제3의 포수를 찾아야 한다. 어찌 보면 ‘샌드위치’ 신세다. 박 코치는 “선수가 2명이라 편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김민식은 지난해에 비해 한결 수월하게 훈련을 진행 중이다. 그래도 올해 1군에서 뛰며 얻은 경험이 있다. 훈련량도 지난해만큼 많지는 않다. 이에 박 코치의 시선은 일단 제3포수로 기대를 받고 있는 박종욱(20)에 쏠려있다. 2015년 두산의 2차 5라운드(전체 51순위) 지명을 받은 박종욱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당시 SK로 건너왔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는 6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장기적인 시선에서 키워야 할 재목으로 평가된다.
박 코치는 “지난해 김민식의 과정을 박종욱이 똑같이 밟고 있다”라면서 “박종욱은 힘이 좋다. 다만 체계적인 포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특히 골반이 엄청나게 딱딱해서 고민이다. 아직은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고졸에 아직 만 20세의 나이인 만큼 거의 제로베이스나 다름없다는 것이 박 코치의 설명이다. 하지만 강훈련을 겪어 나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어떤 계기를 만나면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박종욱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사실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도 힘들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레전드 코치님 아니신가. 코치님에게 지도를 받는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감사하고, 항상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한다. 내가 사실 많이 부족한데 코치님이 그걸 많이 채워주시려는 모습에 죄송하고 감사하다. 코치님의 노하우와 요령을 다 배워가고 싶다. 최대한 똑같이 따라하려고 노력하고 많은 걸 얻어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박종욱의 비명 나는 훈련은 김민식에게도 좋은 도움이 된다. 초심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민식은 “내가 지적 받는 부분은 작년에 비해 줄었다. 하지만 옆에서 종욱이가 지적을 받으면 나도 움찔하게 된다. 다 내가 작년에 혼났던 부분들”이라면서 “까먹었던 것도 다시 되새기며 훈련을 하고 있다”며 파트너에게 고마움을 드러냈다. 박 코치의 인내와 두 포수의 열정과 함께, 가고시마 캠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민식-박경완 코치-박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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