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1년 후’ 야구 대표팀, 여전한 고민과 현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21 13: 00

“우리가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일본에게 배울 점이 많다. 솔직히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것을 보면 부럽다”
김인식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쁨보다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냉정한 현실 진단을 내놨다.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단기전 특유의 운영의 묘와 선수들의 집중력이 원동력이 빛을 발한 것이지, 근본적인 야구 토대는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끈 베테랑 감독의 목소리에는 걱정스러움이 묻어 있었다.
그 프리미어12 우승 1년 뒤, 김인식 감독은 사실상 같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 감독은 20일 성남 분당에서 열린 ‘스포츠투아이 야구학교’ 개교식에 참여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대표팀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내년 3월 열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비는 물론, 향후 대표팀의 올림픽 플랜에 대해서도 다소 현실적인 목소리를 내놨다.

김 감독은 세대교체에 대한 논란에 대해 “대표팀 세대교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구조상 그냥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회가 끝나고 계속 다른 대회가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삼아 대회를 치른 뒤 곧바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면서 “세대교체는 소속팀 몫이다. 리그에서 144경기를 치르면서 계속해서 기량을 키워야 한다. 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선발 원칙을 재확인했다.
아직 리그의 중심 선수들 중 상당수가 ‘2008 베이징 영웅’에 밀집되어 있는 상황에서 명단 조정으로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 대회 전에는 아무리 ‘괜찮다’라고 해도, 막상 성적이 나지 않으면 그동안 했던 부분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곤 하는 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본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부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일본은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0년까지 그렇게 쭉 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야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쿠보 히로키 감독을 일찌감치 선임해 ‘2020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김 감독은 “고쿠보 감독이 지난 대회에서 쓰라린 경험을 했겠지만, 그런 경험을 통해 무서워질 것이다. 믿고 가는 일본은 그런 면이 부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우리도 시즌 전 열려 선수들의 준비 부담이 큰 WBC, 그리고 일본이 최정예를 구성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회 박진감이 떨어지는 아시안게임보다는 2020년 올림픽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현재 멤버를 2020년까지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30대 중반에 이른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2020년 대표팀을 이끌 감독조차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체계적인 준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자국에서의 세대교체를 등에 업고 차분히 전진 중이다. 김 감독도 “마치 소속팀에서 선수를 키우듯이 하고 있다. 중간에 실책도 하고, 삼진도 당하지만 경기에 내보내고 있다. 대표팀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이다”라고 일본 대표팀을 평가했다. 일본은 시즌이 끝난 뒤 자신들의 기조에 맞는 선수들을 소집, 멕시코-네덜란드와 평가전을 치르며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 감독도 새로운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새롭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도 있고, (2020년 올림픽에 뛸 만한) 20대의 선수들도 있다”라면서 “대표팀에서 한 번 뛰고 나면 달라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 대표팀에서 같이 어울리면서 성장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대표팀과 리그가 유기적으로 합심해 2020년을 준비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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