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나야 성공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김동한(28)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태어나고 자라고 첫 프로 생활까지 시작했던 서울을 떠나게 됐기 때문. 두산 소속이던 김동한은 지난 7월23일 투수 김성배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내야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롯데의 움직임이었다. 두산 코치 시절부터 김동한을 눈여겨 본 조원우 감독의 의중도 있었다.
두산의 두터운 내야진 속에서 기회를 받지 못한 김동한은 롯데 이적 이후 많은 경기에 나섰다. 주전 2루수였던 정훈의 슬럼프를 틈타 2루수로 주로 출장했다. 올해 78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5푼2리(107타수 27안타) 홈런 없이 14타점 5도루를 기록했다. 2011년 두산에 8라운드로 지명된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던 한 시즌이었다.
모든 것이 낯설었던 2016년을 뒤로하고 김동한은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해 마음을 다잡고 있다. 김동한은 "지금까지 벗어난 적이 없는 서울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기도 했었다"며 트레이드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이어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곳에 적응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경기에 계속 출전하며 좋은 경험을 많이 했던 한 해였다"며 롯데 이적 이후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출장 기회가 잘 나지 않았던 두산 시절보다는 출장 기회가 많은 롯데가 김동한에겐 기회의 땅이었다. 그는 "두산에 있을 때는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았고 때문에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았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러나 트레이드가 김동한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준비'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그는 "트레이드 이후에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의욕적으로 했다"고 말하면서도 "두산에 있을 때 더 열심히 하고 많은 것을 준비해뒀으면 트레이드 이후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며 자책했다.
올시즌에 대한 자체 평가도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롯데 이적 이후에 꽤 많은 이닝을 소화했는데 수비에서 큰 실수 없이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였다는 것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실수도 있었고 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것은 타격이다. 타격은 자신 있었는데 초반에 타율이 제대로 안나오며 위축되기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동한의 수비력도 수비력이지만 타격에 어느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던 롯데였다. 한정된 표본이지만 김동한의 타격 성적은 구단은 물론, 본인에게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김동한은 이번 마무리캠프에서 고집은 버린 채 프랑코 타격코치를 믿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는 타격에 대해 나 나름대로의 이론을 갖고 고집대로 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는 코치님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큰 변화를 주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과정이 만족스럽다. 하체를 이용한 회전과 밀어치는 연습,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며 캠프에서의 변화를 전했다.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많이 할애하고 있는 부분도 타격 쪽이다.
결국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전 2루수다. "2루수가 가장 나에게 잘 맞는 것 같다"는 것이 김동한의 말이다. 정훈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주전 경쟁 이전에 나 자신과의 다짐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다. 최근 이영표 KBS 축구 해설 위원이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했던 강연이 김동한의 생각을 일깨웠다.
그는 "최근에 이영표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강의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대학시절 주장으로서 권위를 세우기 위해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 엄청난 양의 개인훈련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냈던 내용이었다"며 "그 강의를 보며 '나는 과연 지금까지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만큼 노력한 적이 있는가'라고 되돌아보게 됐다"는 울림의 내용을 전했다.
결국 피나는 노력만이 답이라는 것을 김동한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는 "내가 재능이 뛰어나거나 신체적으로 타고났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재능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흔히 사람들이 '될 놈은 된다', '타고나야 한다' 라고 얘기하는데 이런 편견을 깨고 싶다. 그래서 정말 많은 노력하고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최근의 강연을 통한 울림, 그리고 얼마 뒤 결혼을 앞둔 그에게 이번 마무리캠프는 동기부여를 단단히 할 수 있는 계기다. "마무리캠프도 끝을 향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의욕이 넘친다"며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기다. 곧 결혼을 앞두고 있어 평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12월, 1월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정말 많은 준비를 할 생각이다"고 말하며 이번 겨울을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