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성남 FC와 전북 현대의 처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K리그의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해도 될 듯 하다.
10년 전이다. 2006년 K리그 우승은 성남 일화(성남 FC 전신)의 차지였다. 그해 정식 사령탑이 된 김학범 감독의 지휘 아래 성남은 막강한 전력을 뽐내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성남의 통산 7번째 K리그 우승이었다.
하지만 성남은 이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한 7회 우승은 경신되지 못했다. 성남은 2007년과 2009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전북 현대에 패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다른 대회에서는 꾸준히 성적을 남겼다. 2010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에는 FA컵 정상에 오르며 명문의 길을 계속 걸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가 문제였다.
2012년 구단주였던 문선명의 사망으로 성남은 새로운 운영 주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결국 1년의 시간이 흘러 2013년 하반기에 성남은 성남시로부터 인수됐다. 그 과정에서 전통의 노란색 유니폼은 검정색 유니폼으로 바뀌었다.
성남시 체제로 전환된 이후에도 성남은 2014년 FA컵 우승을 차지하며 여전히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성남시의 적지 않은 투자에도 성남은 막강한 지원 받던 과거를 넘어서지 못했다.
2016년은 한계의 벽을 실감했다. 주축 선수의 이적, 그리고 지속적인 부상자 발생 등에 시달린 성남은 김학범 감독이 경질을 당했다. 그러나 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추락에 가속도만 더붙어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K리그 챌린지(2부리그)로 떨어지게 됐다.
K리그 최다 우승팀이 강등을 당하는 사이 전북은 바닥에서 천장으로 치솟았다.
전북은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기는 했지만 K리그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우승 기록도 없었고, 정규리그를 11위로 마쳤다. 최하위와 승점 차는 3점에 불과했다. 그래서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하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전북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최강희 감독 체제의 전북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선수 영입으로 조재진, 최태욱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9년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이동국과 김상식, 에닝요를 영입하며 우승 경쟁의 전력을 갖춘 전북은 창단 후 첫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은 최다 승점, 최다 승, 최다 득점 등을 기록하며 완벽한 우승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2011년과 2014년, 2015년 K리그(혹은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2016년에는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놓쳤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해 10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10년 전과 같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지만 전북의 명성은 10년 전과 딴판이다. 10년 전의 전북이 아시아에서도 변방 수준의 전력이었다면, 지금의 전북은 아시아의 어떤 팀도 두려워 하는 전력을 갖췄다.
지금의 성남과 전북을 1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나 10년이라는 세월은 상상을 넘어서는 변화를 가져왔다.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성남은 이제 재승격을 노리게 됐고, 전북은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게 됐다. 상전벽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성남=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