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그알’ 국민 탐사 보도의 품격, 용기 있는 자기 반성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20 10: 00

이 시국에 SBS를 비롯한 언론의 책임도 있다는 말, 먼저 알리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말. SBS 탐사 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를 다루며 마지막으로 던진 뼈아픈 자기 반성이었다. 이 어지러운 시국을 총괄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면서 권력의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자사를 비롯한 기성 언론에 향한 일침을 더했다. 이 프로그램이 국민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9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일정이 알려지지 않은 7시간의 공백에 대한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또한 최순실의 비리와 횡포를 건드리고, 이 같은 국정 농단으로 야기된 심각한 문제와 정부의 무능력한 국정 운영 등을 날카롭게 조준했다. 까도 까도 계속 나오는 국정 농단의 추악한 실태, 그리고 이로 인한 국격 손상과 대국민적인 좌절은 2016년 11월 대한민국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제작진은 현재까지 나온 논란과 파문을 총정리하는 한편,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에 관한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제대로 조사를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전횡이 정부 부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비선과 그릇된 운영을 이어온 박 대통령의 통치로 인한 심각한 문제점을 다루며 이 사태가 단순히 측근의 비리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정치와 사회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절망감을 피력했다.

사실상 연일 관련 보도가 쏟아지기에 심층적으로 이면을 되짚는 탐사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새로운 사실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모든 논란의 핵심을 꿰뚫는 방송이었다. 왜 국민들이 이 사태에 분노하는지, 사회 전반이 마비가 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실망했는지를 다각도로 다뤘다. 무엇보다도 시국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 언론의 못다한 책임과 역할이 큰 작용했다는 것을 넘어가지 않았다. 뼈아픈 자기 반성이었다. KBS, MBC, SBS 등 큰 영향력을 가진 지상파 방송이 이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눈과 귀를 닫고 있었다는 것에 일침을 가했다. 자사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 ‘모두 까기 인형’을 자처하며 20년간 국민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아온 ‘그것이 알고 싶다’다운 객관적인 시선이었다.
세월호 침몰 후 박 대통령의 영원한 비밀일 수 있는 7시간의 공백이 이 방송을 통해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제작진은 결국 박 대통령이 말해야 할 부분이라고 숙제를 던졌다. 다만 많은 국민들이 왜 이 시간에 주목하는지, 결국엔 독단과 불통의 국정 운영을 해온 박 대통령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든 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미국과의 비교를 통해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리고 진행자인 김상중은 용기 있는 제보를 통해 이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소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프로그램 제작진의 통탄과 반성을 다시 한 번 전했다.
그는 “그동안 더욱 살아 있는 감시의 눈으로 권력자와 그 주변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여러분에게 알리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라면서 “더 일찍부터 주의 깊게 살폈다면 더 날카롭게 잘못을 파헤쳤다면 우리가 끝내 알아내지 못했던 7시간의 비밀도 의혹으로 남지 않았을 겁니다”라고 국민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품격 있는 마무리 발언을 했다. 언론의 깊은 책임감을 사과와 반성의 뜻으로 전한 ‘그것이 알고 싶다’,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시청자들이 가진 이 프로그램에 대한 믿음의 상징이었다. 지난 19일 방송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9%라는 시사 교양 프로그램으로서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jmpyo@osen.co.kr
[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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