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알리지 못해 부끄럽다”..‘그알’ 사과에 담긴 깊은 책임감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20 08: 21

늦게나마 의혹을 파헤친 것에 대한 ‘예상 밖의’ 사과가 있었다. 이 사과는 이 시국에 그나마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태와 세월호 7시간을 파헤친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국민적인 분노와 절망이 얼마나 큰지, 국정 농단 사태를 다룬 방송의 시청률 폭발을 통해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9일 ‘대통령의 시크릿’이라는 주제로 90분 특별 방송을 했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과 박 대통령의 과거, 그리고 세월호 침몰 후 규명되지 않은 공백의 7시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다. 1992년 방송 이후 20년 넘게 안방극장을 찾으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다루며 사회 정치 정화의 일을 해냈던 이 프로그램은 전국민을 실의에 빠뜨린 국정 농단 사태를 전반적으로 건드렸다.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을 만큼 연일 충격적인 관련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전하는 최순실의 전횡과 박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을 한숨짓게 했다.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사안인만큼 제작진은 신중하게 접근했다. 이날 방송은 논란과 파문에 대해 대통령이 상세히 밝혀야 한다는 날카로운 일침을 던지며 마무리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다운 심층적인 접근이 돋보였다. JTBC가 ‘뉴스룸’을 통해 연일 발빠르게 국정 농단의 실체를 쏟아내고 있다면, ‘그것이 알고 싶다’는 좀 더 이 사태의 뿌리를 찾고자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20년 넘게 세상의 창 역할을 해왔던 ‘그것이 알고 싶다’였기에 가능했던 방송이었다. 국격이 무너졌다며 실망감에 휩싸인 대국민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송은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9%를 기록했다. 평소 8%대의 시청률을 보였던 ‘그것이 알고 싶다’는 평소보다 2배가 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나타냈다.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을 애국가 시청률로 밀어넣는 높은 성적표였다. KBS 2TV ‘배틀트립’(3.2%),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2.4%) 등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이 줄줄이 시청률 하락을 겪었다. 시청률뿐만 아니라 이날 방송은 포털사이트 인기 검색어를 도배하고 있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인 김상중은 이날 방송 말미에 제보자들의 용기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사과했다. 제작진과 김상중이 남긴 말은 이랬다. “그동안 더욱 살아 있는 감시의 눈으로 권력자와 그 주변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여러분에게 알리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더 일찍부터 주의 깊게 살폈다면 더 날카롭게 잘못을 파헤쳤다면 우리가 끝내 알아내지 못했던 7시간의 비밀도 의혹으로 남지 않았을 겁니다.”
국민 시사 프로그램의 깊은 책임감이 느껴지는 마무리 발언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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