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단장 중심 프런트 야구 본격 시작
김성근 감독 권한 축소, 권력 구도 재편
한화의 프런트 야구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김성근 감독은 점점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리고 있다.
한화의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를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요즘 밤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팀 전력 구상과 선수 지도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지금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체제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일본 요미우리와 연습경기가 있었던 17일에는 아침 해가 떠서야 잠깐 눈을 붙였다. 두통으로 진통제를 먹고 난 뒤 경기를 지휘할 수 있었다.
한화는 지난 3일 내년 시즌까지 되어있는 김 감독의 계약기간을 지켜주는 조건으로 프런트-현장 이원화 체제를 새로 도입했다. 야구인 출신 박종훈 신임단장이 선수단 구성과 육성 시스템을 총괄하는 대신 김 감독은 철저하게 1군 경기 운영에만 집중하도록 역할을 분리했다. 지난 2년은 거의 모든 부분에서 김 감독이 관여했지만, 이제는 1군 운영으로 대폭 축소됐다.
프로에서 감독만 30년 넘게 맡아온 김 감독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난감해했다. 오랜 세월을 함께한 박상열·이홍범 코치가 2군과 육성군 선수단 관리 소홀로 해임된 가운데 박종훈 단장을 중심으로 프런트가 코칭스태프를 새롭게 짜고 있다. 김 감독의 의사는 배제됐다.
변화의 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다. 시즌 후 김 감독이 데려온 코치는 일본인 나카시마 테루시 타격코치가 유일하다. 2군과 육성군은 박 단장의 주도로 대폭 개편을 앞두고 있다. 아울러 전력분석 및 트레이닝 파트까지 줄줄이 바뀐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과 함께해온 사람들에게도 다시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처럼 우리나라도 구단이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시스템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한화도 이 같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 2년간 한화는 김 감독에게 권한이 집중됐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구단 차원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했고, 김 감독을 유임하는 대신 박 단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실어주며 전면에 내세웠다.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도 한화는 1~2군을 나눠서 훈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제 2군 선수들을 가르칠 수 없고, 코칭스태프 구성 권한도 없다. 요즘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며 기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수족 같은 코치들의 해임에 대해서도 "내가 터치할 수 없는 부분이다"며 별 수 없이 받아들였다.
적절한 견제와 힘의 균형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한화의 이원화 체제는 박 단장의 프런트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변화를 위해 한화 구단의 부름을 받은 박 단장은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제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의 문을 열고 의사소통을 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안 된다. 제왕적 권위를 누린 김 감독이라 상실감이 누구보다 크다.
하지만 박 단장의 프런트는 흔들림 없이 구단의 내부 육성 방향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고 있다. 이 같은 권력 구도의 재편이 향후 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