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갖춘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관심을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시즌 역대 최다인 6명에 대해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과연 실제 계약까지는 얼마나 연결될까.
KBO는 18일 "메이저리그 구단이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우규민, 최형우, 황재균 등 6명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해와 FA 신분으로 이적이 자유로운 상태임을 알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김광현과 차우찬에 대한 메이저리그 신분조회 요청이 들어왔다.
먼저, 6명이나 신분조회가 들어온 것은 이례적이다. 점점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KBO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성공 사례로 인해 빅리그가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위상이 올라갔다.
하지만 단순히 '신분조회=영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조회는 한·미 프로야구 협정에 따라 상대 리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다. 신분조회 요청이 곧 계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별로 구속력도 없고, 상징적인 의미다.
냉정하게 말해서 신분조회를 받은 FA 6명 중 확실한 선발 투수도, 불펜에서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투수는 없다. 타자를 보면 강정호처럼 파워, 정확도, 수비력을 모두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FA 타자들이 이대호(전 시애틀)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6명 중에서 차근차근 메이저리그 진출을 준비한 선수가 있는지를 봐도 자신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한 차례 포스팅 시스템에서 실패한 김광현, 양현종, 황재균 정도. FA 자격을 얻고서는 막연하게 미국 진출에 대한 뜻을 품고 있는 느낌도 있다.
FA 선수들을 뒤에서 돕고 있는 에이전트를 향한 시선이 쏠린다. 신분조회를 받은 FA의 원 소속팀 A구단 관계자는 "에이전트의 노력이지 않을까.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분조회를 FA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데 활용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FA 선수들이 얼마나 메이저리그를 향한 의지, 도전 정신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들이 국내에 잔류한다면 수십억원의 돈을 보장받는다. 아무리 못해도 연간 150만~200만 달러(약 15억~20억원)를 쥘 수 있다.
그러나 미국행을 선택한다면 그 액수는 대폭 떨어진다. 메이저리그를 무조건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불펜 투수 정도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B구단 관계자는 "지금 FA 중에서 미국에 간다면 연간 100만 달러도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 돈을 받고 갈 선수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낸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될 경우 100만 달러를 받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최대 300만 달러의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도전했다.
돈이 아닌 메이저리그 무대(마이너리그에서 경쟁도 감수하면서)에서 꼭 뛰어보고 싶다는 목표의식이 있다면, 적은 금액을 받고서 나갈 수는 있을 것이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한 김광현, 내야수라는 장점을 지닌 황재균이 연봉 욕심을 내지 않는다면 그나마 가능성은 있다는 평가다.
때마침 18일 미국에서 귀국한 추신수(텍사스)는 이렇게 말했다. "강정호와 박병호가 와서 잘하니까 나도 한 번 가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오는 건 아닌 것 같다. 준비된 상태에서 온다면 괜찮겠지만 준비도 안 된 상태에 FA라고 해서 온다면 감당해야 할 게 많다. 준비를 많이 해도 쉽지 않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기대한 만큼 성적을 내지 못할 것이다. 준비된 선수들이 왔으면 좋겠다." /orange@osen.co.kr